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크로이체르 소나타

2025년 제1차 독서모임 발제문 (초안)

[2025년 제1차 독서모임 발제문] ※초안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크로이체르 소나타』
-삶의 종말, ‘죽음’과 ‘죽임’에 대한 이야기-
2025년 1월 14일 오후 7시

I.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년)

톨스토이는 평생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인 작가다. 그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고 아버지는 그가 아홉 살에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 청년 시절 형과 가까운 친척의 죽음, 그리고 북캅카스지역에서의 전투와 크림전쟁에서 발생한 전우들의 죽음 등 수많은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하였던 그의 문학 작품에는 많은 죽음의 장면이 등장한다. 『전쟁과 평화』의 볼콘스키의 죽음,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의 죽음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자신의 질병을 알게 된 때부터 죽음에 이르게 될 때까지 이반의 심리 변화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것은 공포, 불안, 외로움, 절망과 같은 것들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톨스토이는 아래와 같이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죽음은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현상이다. 죽음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둘째, 죽음은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자기 죽음을 잘 모르고 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반의 발병)

셋째, 죽음은 고독한 삶의 마지막 과정으로 개개인에게 찾아온다. 죽음은 혈연관계인 가족들조차 남남처럼 만든다. (게라심은 이반의 임종을 지키는 진실한 호스피스 활동가?)

넷째,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삶의 한 부분이다. 죽음을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죽음은 삶을 마무리하는 부분으로써 생로병사의 마지막 과정에 있다. 삶에는 올바른 끝마무리가 필요하다. 이반은 잘못 살아온 사람들에게 죽음은 치유와 용서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반은 게라심을 통해 죽음이 삶이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게라심의 한계는?)

이 소설에서는 이반의 죽음보다 그의 지난 삶의 행적과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변화,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에 관한 서술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제목과 달리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다섯째, 작가는 인성(人性)보다는 인간의 사회적 기능을 더 중시하는 사회를 패러디하고 있다. 욕망에 따른 인간의 수단화와 도구화는 인간 사회를 황폐화한다. 황폐해진 사회에서 이반의 인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그의 사회적 지위만 고려된다. 이반 스스로 생각하는 판사로서의 자기 존재도 큰 의미가 없다. 한 인간이 죽은 후에는 타자의 시선만이 남는다는 사실은 이반의 삶을 슬프게 만든다. (사회적 지위만 고려되는 삶의 허무함)

여섯째, 마지막으로 톨스토이는 회개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마지막 죽음의 사흘간(12장), 이반의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세 쪽 분량의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숨을 거두기 직전 이반이 보게 되는 내적 체험에서 톨스토이는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반은 ‘검은 자루’에 빨려 들어가고, ‘검은 구멍’을 통과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다가 마침내 어떤 강한 힘에 이끌려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구멍 저편에 빛이 비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생명의 영원성을 확신한다.

많은 학자가 이반이 발견한 ‘빛’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해석을 하였다. 다수가 ‘빛’은 성서에서 그리스도를 의미하므로, 이반이 신을 만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특히 프린스턴대학 비교문학과 석좌교수인 빅터 브롬버트(V. Brombert)는 이반이 좁고 깊은 ‘검은색 자루’ 속에서 고통으로 울부짖었던 저녁 6시에서 9시까지의 시간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고난을 겪은 저녁 6시와 9시 사이와 같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 시간을 통해 예수가 부활한 것처럼, 이반도 내적 체험의 시간인 회개를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았다고 해석했다. (빅터 브롬버트 著 「유한성에 관 사유들」)

<나바호족 인디언의 금언>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토론 제안: 마지막 12장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가 죽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 그 순간 이반 일리치는 구멍 속을 나뒹글며 빛을 보았고, 자기 인생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아직 바로 잡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회개, 용서, 사랑) *늦은 회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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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reutzer Sonata, by Leo Tolstoy, Geneve, 1901

II. 크로이체르 소나타 (포즈드니셰프의 죽임)

『크로이체르 소나타』(The Kreutzer Sonata, 1889년)는 결혼과 사랑, 성욕,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톨스토이의 철학적 고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톨스토이는 소설 제목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Op. 47) 일명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가져왔을 만큼 이 음악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소설을 썼다.

소설은 열차 안에서의 대화 형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포즈드니셰프(Pozdnyshev)는 낯선 승객들과 파국으로 치달은 자신의 결혼 생활과 어떻게 비극적인 파국을 맞았는지 고백한다.

포즈드니셰프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사랑보다는 성적인 욕망에 기반을 뒀다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결혼 생활이 점점 파괴적으로 변했고, 그는 질투와 의심 속에서 고통받다 결국 아내가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마침내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 트루하쳅스키가 함께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와 분노가 폭발한다. 이로 인해 피해망상적 심리상태에 빠지게 된 그는 아내를 칼로 살해하고 만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성적 논의가 당시 사회에서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 제도를 비판하고 육체적 사랑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점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소설을 금서로 지정했으며, 교회에서도 톨스토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중에 아내 소피야의 노력으로 출간)

2. 소설의 주제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사랑, 결혼, 성욕, 질투, 그리고 도덕적 순수성에 대한 톨스토이의 신념을 반영한다. 톨스토이는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후기(장년기 이후)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결혼과 성적 관계를 인간 본성의 약점을 드러내는 요소로 보며, 육체적 욕망을 초월해야 진정한 영적 순수함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 세 가지 잡담

1) 『크로이체르 소나타』 집필 동기와 아내 소피야의 소설 따라 하기

-(집필 동기) 레프 톨스토이의 장남인 세르게이 톨스토이(Sergei Lvovich Tolstoy, 1863년~1947년)는 작곡가로 활동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여러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피아노 연주에 능했다. 한편,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율라 라소타(Yula Lassota)는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와 관련이 있다. 이 소설은 톨스토이가 아들 세르게이와 바이올리니스트 율라 라소타가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영감을 받아 집필된 작품이라 전해진다. 다만 율라 라소타와의 연관성은 정보가 제한적이라 아주 신뢰하기는 어렵다.

-(발간 7년 후) 1896년 소피야 안드레예브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S. I. 타네예프에게 반했다. 타네예프는 차이콥스키의 애제자로 그녀보다 열두 살 연하였다. 타네예프는 동성애자였다. 따라서 4년 넘게 지속된 그들의 우정은 육체적인 관계보다는 정신적인 것이었다. 그러함에도 1896년 당시, 육체적인 성적 사랑을 부정하는 68세의 톨스토이는 질투심에 빠져 여러 차례 가출할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소설 내용과 기시감·데자뷔를 느낌)

2)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프레스토(presto)

주인공 포즈드니셰프는 이렇게 주장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프레스토(presto) 부분은 남녀 간 욕정의 감정을 유발한다. 때문에 이는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성적최면과 함께 질투를 유발하는 섹스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 곡은 악마의 소리이며 악의 근원이다.“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가장조)—프레스토(가단조)<- 전조(轉調)
(템포=느리게, 한음 한음을 깊이 눌러서-매우 빠르게) 3/4박자-2/2박자

1악장은 가장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단조이다.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 연주 시간은 15분 정도이다. ※소설 구조에 소나타 형식(제시-전개-재현) 도입.

가장조의 중후한 화음으로 시작하지만, 곧 가단조로 전조(轉調)하며 완만한 서주가 끝난다. 이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싸우는 듯 구성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며, 세간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진정한 이중주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주요 프레이즈(Phrase)는 가단조 바이올린의 격렬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화려한 색채로 어우러져 있다. 전개부는 제1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열정적인 싸움을 하듯 높은 긴장감을 보인다. 바이올린은 피아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중음을 활용하고 있지만, 피아노는 한마음으로 단순 억제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곳곳에 아다지오 부분을 끼우는 것으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포즈드니셰프는 가부장적 위협을 통해 아내를 지배하려 하지만, 그의 연적 트루하쳅스키는 음악으로 아내를 정복했다고 생각함)

3) 질투 (여성의 질투와 남성의 질투)

질투하지 않은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질투는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가? ChatGPT에게 물어보고 정리했다.

여성의 질투와 남성의 질투는 심리학과 사회학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주제로, 각각의 감정적 반응은 생물학적, 심리적, 그리고 문화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아래는 두 성별의 질투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첫째, 생물학적 관점이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질투는 생존과 번식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①남성은 종종 성적 질투(sexual jealousy)에 민감하다. 이는 생물학적 이유에서 기인하는데, 남성은 자녀의 친자 확신이 없으므로 배우자의 성적 불충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자면,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이나 사실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끼는 경우이다.

②여성은 주로 감정적 질투(emotional jealousy)에 민감하다. 이는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가능성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깊은 정서적 유대나 사랑을 나누는 것에 더 큰 위협을 느끼는 경우이다.

둘째, 심리적 관점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질투는 자기애, 불안정성, 신뢰와 같은 개인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①남성은 때로 자신의 자존심이나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질투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덜 매력적이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질투심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 포즈드니셰프가 투르하쳅스키에게서 느끼는 감정)

②여성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의 애정과 친밀감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감정적 위협이 관계를 흔들 수 있다고 느낄 때 질투를 경험한다. 또한, 여성은 대상에 대한 비교 상황에서 자신의 외모나 사회적 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셋째, 표현 방식이다. 질투를 표현하는 방식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①남성은 질투를 공격적 또는 경쟁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직접적인 대결이나 상대방(혹은 경쟁자)에 대한 통제 욕구로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감정을 억누르며 무관심한 척 행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안나 카레니나』에서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의 행동 방식)

②여성은 질투를 내향적으로 경험하거나, 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경쟁 대상에 대해 수동적 공격성(예: 소문 퍼뜨리기)을 보이거나,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기도 한다. 더 자주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거나, 불안을 스스로 처리하려 노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키티)

넷째, 문화적 차이를 들 수 있다.

①전통적 성의 역할을 볼 때, 많은 문화권에서는 남성이 부부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역할을 강조하고, 여성이 감정적 유대와 가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도록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대는 질투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남성이 성적 충실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데 비해, 여성은 정서적 충실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문화적 고정관념이다.

②전통적 성의 역할에 대한 변화가 꾸준히 이루어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성 평등의 확대로 인해 성별의 차이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관계에서 정서적 충실성과 성적 충실성을 동등하게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토론 제안:

1) 23장,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1악장) 연주장면에 대한 감상평은?

“그들은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아시냐고요?” 그는 소리쳤다. “으……!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니 음악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그게 도대체 뭔가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음악이 도대체 뭐지요? 음악이 하는 일이 뭡니까? 왜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2) 포즈드니셰프의 살인, 질투를 넘어선 피해망상?

주인공 포즈드니셰프의 아내 살인은 질투를 넘어선 피해망상의 결과인가? (왜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자유의 몸으로 버젓이 기차여행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