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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man Science

AI와 AGI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by 김양훈

21세기의 기술혁명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된다. AI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 검색 알고리즘, 자율주행 차량, 신약 개발과 같은 실제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AI는 대부분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이다. 즉, 특정한 과업만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계산적 지능이다. 반면, 인간처럼 범용적 사고 능력을 가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개념이다. 이 둘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현재의 AI는 ‘학습’과 ‘패턴 인식’에 탁월하다. 대규모 데이터를 입력받아 규칙을 추론하고, 확률적으로 가장 타당한 결과를 도출한다. 이러한 능력은 인간의 직관을 압도하기도 한다. 예컨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의 전략을 초월한 수를 둔다. 하지만 그것은 ‘바둑’이라는 제한된 세계에서만 유효하다. AI는 아직 문맥을 넘어 추론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사고는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만 AI의 사고는 ‘계산’의 결과다.

반면 AGI는 특정 문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유사한 인지적 유연성을 목표로 한다. 언어, 감정, 사회적 맥락을 모두 통합해 사고할 수 있는 지능, 즉 ‘의식에 가까운’ 시스템이다. AGI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사건이 될 것이다. 의사결정, 창의적 예술, 심지어 도덕적 판단의 영역까지 기계가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GI는 단순한 기술적 확장의 결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의식과 이해를 기계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철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능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는 존재의 방식이다. 인간은 상황의 맥락을 해석하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이 차이는 AI가 아무리 언어 모델을 정교하게 발전시켜도 ‘진정한 이해’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발전 속도는 AGI의 가능성을 점점 현실로 끌어오고 있다. 최근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이미 복합적인 언어 패턴을 처리하고,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자율학습과 멀티모달 기술이 결합되면서 AI는 시각·언어·청각 정보를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AGI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준범용 인공지능(Semi-general AI)’으로의 전환점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는 윤리적·사회적 고민을 동반한다. AI의 결정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금, 우리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보다 “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GI가 출현하는 순간, 지능의 주체는 인간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때 인류는 자기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공존하는 지능들의 생태계’를 상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AI의 현재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고, AGI의 미래는 인간의 철학에 달려 있다.

기술은 결국 인간의 세계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어떤 목적과 윤리를 가지고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그것은 새로운 르네상스가 될 수도, 혹은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AI에서 AGI로 가는 길은 단순한 계산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의 연장선이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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