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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man Science

제프리 힌턴 교수

인공지능+딥러닝의 대부

by 김양훈
제프리 힌턴(Geoffrey E. Hinton) 교수는 현대 인공지능(AI), 특히 딥러닝의 토대를 세운 핵심 인물로, ‘딥러닝의 대부(Godfather of Deep Learning)’로 불린다. 그의 연구와 사상은 AI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그 업적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윤리적 성찰의 영역까지 깊게 파고들고 있다.
1. 학문적 배경과 초기 기여

힌턴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실험심리학을, 에든버러대에서 인공지능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인간 두뇌의 신경구조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1980년대 초반, 힌턴은 볼츠만 머신(Boltzmann Machine)의 공동 발명자로 등재된다. 이 모델은 확률적 신경망으로,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패턴을 학습하고 내부 표현을 구성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는 후에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구축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된다.

그는 또한 다층 신경망에서 역전파(backpropagation) 알고리즘을 널리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86년 David Rumelhart, Ronald J. Williams와 함께 발표한 논문은 다층 퍼셉트론을 효과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신경망 연구의 혁신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2. 딥러닝 혁명과 실전 적용

힌턴의 연구가 실전 AI 혁명을 견인한 결정적 계기는 2012년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의 AlexNet 개발이다. 그와 그의 제자인 알렉스 크리제프스키(Alex Krizhevsky)와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ImageNet 대회에 참가한 심층 컨볼루션 신경망을 만들었고, 당시 경쟁 모델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이 성공은 ‘딥러닝이 실용적이며 강력한 인공지능의 핵심 패러다임’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켰다.

이후 힌턴은 자신의 스타트업 DNNresearch를 설립했고, 2013년 이는 구글에 인수되었다.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팀에 합류한 그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며 깊은 학문적·산업적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3. 이론적 확장과 혁신 기법

힌턴은 단순히 실용적인 네트워크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신경망의 이론적 깊이를 확장하는 데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분산 표현 (Distributed Representations): 정보를 단일 노드가 아니라 여러 노드의 조합으로 표현함으로써 일반화와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타임 딜레이 신경망 (Time-Delay Neural Network): 시계열 데이터나 순차적 정보에 적합한 신경망 구조를 고안하여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등에 응용할 수 있게 했다.

*드롭아웃 (Dropout): 과적합(overfitting)을 방지하기 위해 훈련 중 일부 뉴런을 무작위로 비활성화하는 정규화 기법을 제안, 딥러닝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지식 증류 (Knowledge Distillation): 복잡한 신경망에서 학습한 지식을 단순한 모델로 전이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예컨대, 그는 신경망의 지식을 소프트 결정 트리(soft decision tree)로 압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생물학적으로 영감을 받은 학습 알고리즘: 역전파의 생물학적 타당성에 대한 비판을 마주하며, 생물 두뇌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학습 알고리즘(예: 타깃 전파(target propagation), 피드백 얼라인먼트(feedback alignment) 등도 탐구했다.

*최적화 기법: 그는 “Lookahead Optimizer” 같은 새로운 최적화 알고리즘도 제안했다. 이는 내부 옵티마이저가 생성한 여러 가중치 후보를 전망하여 더 안정적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4. 수상과 사회적 책임 의식

힌턴의 업적은 AI 학계뿐 아니라 과학 전반에서 깊이 인정받아 왔다. 그는 2018년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얀 르쿤(Yann LeCun)과 함께 ACM 튜링상(Turing Award)을 수상했다.

더 나아가 2024년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존 홉필드(John Hopfield)와 공동으로 수상하며, 인공지능 연구가 기초 과학의 영역에서도 혁신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편 그는 기술 낙관론자만은 아니다. 2023년 구글을 떠난 후 “AI의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런 태도는 단지 연구자로서의 공헌을 넘어, AI 윤리와 안전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5. 힌턴에 대한 인물평

힌턴은 기술 혁신가이자 스승, 사상가의 복합적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수십 년간의 연구 불모기(소위 AI 겨울)를 견뎌냈고, 신경망이라는 비전통적 접근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의 끈기와 통찰력은 동료와 제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현재 AI 생태계의 많은 핵심 인재들은 힌턴의 영향을 받고 성장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창조물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망설임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낭만에 그치는 연구자와는 다른 차원의 책임감을 보여준다.

6. 결론: AI 시대의 철학자-엔지니어

제프리 힌턴의 삶과 연구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인간 인지와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품은 과학적 여정임을 상기시킨다. 역전파 알고리즘부터 볼츠만 머신, AlexNet, 드롭아웃, 지식 증류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명들은 AI의 형식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그리고 그가 경고하는 미래의 리스크까지 포용하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가 기술 발전을 환영하되 경계해야 할 이유를 동시에 제공한다.

힌턴은 단지 AI를 발전시킨 연구자가 아니라, AI의 근원을 탐구하고, 그 미래를 성찰하는 철학자-엔지니어다. 그의 연구 성과와 태도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깊은 통찰을 남긴다.

Portrait art of Geoffrey Hinton by YEET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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