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부산물인 hallucination 난제는 해결 가능한가?
인공지능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는 현대 AI 기술이 마주한 가장 본질적 난제이자, 인간과 기계의 인식 구조 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과학적 쟁점이다. 이 에세이는 할루시네이션의 기술적 원인과 본질,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지식 생태계에 던지는 철학적·사회적 함의를 살펴본다.
1. 할루시네이션이란 무엇인가?
AI에서 할루시네이션은 기계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을 사실처럼 묘사하거나, 질문의 취지를 오해해 엉뚱한 결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인간의 환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의 환각이 감각 체계의 오류라면, AI의 할루시네이션은 추론 체계의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된다. AI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단어와 사실의 통계적 패턴을 예측하는 존재다. 따라서 “가장 그럴듯한 답”은 만들 수 있지만 “참된 답”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 간극이 바로 할루시네이션의 근원이다.
2. 왜 AI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가?
① 확률 기반 언어 모델의 본질적 한계
대형 언어모델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단어의 연결 확률을 예측한다. 그러나 확률 모델은 ‘사실주의’보다 ‘일관성과 자연스러움’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논리적 구조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은 틀린 문장이 생성될 수 있다.
② 지식의 불완전성과 과잉 일반화
모델이 학습하지 못한 정보의 빈자리를 ‘추측’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AI는 “모름”이라고 답할 수 있는 내재적 구조를 갖고 있지 않기에, 자신의 무지를 추론으로 가장한다.
③ 언어와 세계 인식의 불일치
인간은 언어를 “세계의 표상”으로 사용하지만, AI는 언어를 “단어의 연속”으로 이해한다. AI가 생성하는 문장에는 물리적 세계·감각·경험 요소가 결여되어 있어, 현실 검증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④ 사용자 의도 오해
질문이 모호하면 모델은 “빈틈을 메우기 위한 창작적 추론”을 한다. 이는 대화형 모델의 강점이자 동시에 위험이다.
3. 과학적·사회적 위험성
① 지식 생태계의 오염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양산되면 다시 그것이 AI 학습 데이터로 재유입되며, 오류가 자기 증폭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② 과학적 연구와 전문 분야에서의 위험
잘못된 의료 조언, 존재하지 않는 연구 결과, 오류가 포함된 법률 해석 등은 실질적 피해와 윤리적 위험을 초래한다.
③ 사용자의 과도한 신뢰
기계가 유창한 문장으로 말할수록 사람은 “정확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유창함은 진실의 보증이 아니며, AI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 ‘패턴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 해결을 위한 기술적 접근
AI 연구자들은 할루시네이션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① 지식 기반 검증(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신뢰할 수 있는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실을 실시간 검색해 인용하는 방식이다. ‘지식 없는 추론’을 줄이고, 모델의 생성 내용을 사실 기반으로 고정시킨다.
② 파인튜닝과 사람 피드백 학습(RLHF)
인간의 판단을 반영해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모든 영역을 완벽히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③ 불확실성 표현 기술
모델이 “모른다”라고 답할 수 있게 하는 메타 학습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는 인간의 인식 구조에 가까운 “자기반성형 AI”의 출발점이다.
5. 할루시네이션이 갖는 철학적 의미
AI의 할루시네이션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 “언어는 얼마나 세계를 정확히 나타내는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기계는 언어를 현실과 분리된 기호 체계의 조합으로 이해한다. 이는 인간 역시 때때로 세계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언어로 의미를 꾸며낸다는 사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AI의 오류는 인간의 오류를 확대해 보여주는 일종의 반사광이다. 기계의 창작적 “거짓”을 분석하다 보면, 우리 역시 언어로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결론
할루시네이션은 AI가 가진 결함이면서 동시에 능력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추론과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거짓의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표는 할루시네이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관리하고, 인간과 AI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신뢰 기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결국 기술적 질문을 넘어,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AI가 더욱 발전할수록, 그 질문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