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슬리의 풍자와 통찰

과잉 진단과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by 김양훈

"Medical science has made such tremendous progress that there is hardly a healthy human left." ㅡAldous Huxley


"의학이 너무나도 엄청난 발전을 이룬 나머지, 이제 건강한 인간은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ㅡ올더스 헉슬리


이 문장 속에는 올더스 헉슬리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이 담겨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과잉 진단에 대한 풍자다. 의학 기술이 세밀하게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정상'이나 '개성'으로 판정하던 사소한 증상들이 이제는 모두 질병, 장애, 혹은 치료해야 할 '환자'의 범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둘째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다. 모든 것을 데이터와 수치로 분석하는 현대 의학이 인간을 전체적인 존재나 유기적 일체가 아니라 '고쳐야 할 부품들의 집합'으로 보게 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역설적인 비판인 것이다.

헉슬리의 대표작인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었듯, 그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자율성과 자연스러움을 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 현상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