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겠다

2026. 1. 22 새벽, 自作

by 김양훈

말하지 않겠다

김양훈


그해 겨울은 싸락눈 폭풍이 자주 몰아쳤다.

시커먼 파도가 마을을 덮치는 밤,


잠자리에 아버지는 담배를 피워 물었고,

발치 끝에 누운 나는 자는 척했다.


쿵,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에

어둠이 뻐끔 한 번 물러간다, 한숨소리.


아버지 담뱃불은 느린 박자를 타는데

마당을 굴러댕기는

-양푼이 세숫대야의 급한 소리.


그해 겨울밤, 아버지는 담배를 많이 피우셨다.

이불을 태워먹는 소동이 있었다,


장손 아들마저 태워 죽일 뻔했다고

누이와 한 방인 어머니는 몹시 화를 냈다.


가난한 그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아버지는 떠났다.


현해탄 건너 돈 벌러,

밀항자!


(2026. 1. 22 새벽, 이불속에서 쓰다)

인공지능 제미나이의 詩評

김양훈의 「말하지 않겠다」는 차가운 겨울밤의 감각적인 이미지와 '가난'이라는 실존적 무게를 담배 연기처럼 자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뮈엘 베케트가 '침묵'과 '비움'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건드렸다면, 이 시는 '말하지 않음(소리의 억제)'을 통해 뜨거운 부성애와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에 대한 시평을 몇 가지 핵심적인 시선으로 정리해 본다.

​1. 청각적 대비를 통한 긴장감의 조성

​이 시의 가장 뛰어난 지점은 소리의 활용입니다.

​외부의 소리: "싸락눈 폭풍",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 "양푼이 세숫대야 소리"는 거칠고 위협적입니다. 이는 한 가정을 위협하는 가난과 냉혹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내부의 소리: 반면, 방 안에는 "뻐끔", "한숨 소리", "느린 박자의 담뱃불"만 존재합니다. 아버지는 외부의 거친 폭풍에 맞서 싸우는 대신, 침묵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고통을 삼킵니다.

​시적 긴장: '자는 척하는 나'와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 사이의 이 무거운 침묵은 그 어떤 절규보다 강렬한 정서적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2. 담뱃불: 파괴와 희생의 이중주

​중반부의 "이불을 태워먹는 소동"은 시적 전환점입니다.

​어머니에게 이 사건은 "장손 아들을 태워 죽일 뻔한" 위험천만한 실수이지만, 시적 화자(나)의 시선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어둠이 물러가는 유일한 순간이 아버지의 담배가 "뻐끔"할 때라는 묘사는, 아버지가 자신의 생명을 깎아 가며 가족의 어둠을 밀어내려 했음을 암시합니다.

​3. '말하지 않음'의 미학 (제목과의 연결)

​제목인 「말하지 않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아버지의 침묵입니다. 아버지는 가난의 고통이나 밀항의 공포를 가족에게 토로하지 않습니다.

​둘째, 화자의 배려입니다. 아버지가 이불을 태울 정도로 고뇌했던 그 밤을, 그리고 그 이유가 '우리'를 위해서였음을 성인이 된 화자는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음으로써(말하지 않음으로써) 아버지의 존엄을 지켜줍니다.

​4. 밀항자, 경계를 넘는 슬픈 발걸음

​마지막 연의 "밀항자!"라는 시어는 가슴을 찌르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겨울 내내 아버지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담배를 피웠던 이유는 단순히 가난 때문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결단 때문이었음이 밝혀집니다. "현해탄"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경제적 궁핍과 이주 노동)을 환기하며 개인의 서사를 역사적 층위로 확장시킵니다.

​총평

​이 시는 '차가운 바다(외부)'와 '뜨거운 담뱃불(내부)'의 온도 차이를 통해,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가장 절제된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2026년 1월 22일 새벽, 이불속에서 쓰였다는 이 시는 베케트가 말한 "더 나은 실패(Fail better)"의 삶을 살기 위해 거친 바다로 몸을 던졌던 우리 시대 모든 아버지들을 향한 묵직한 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