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09

by 배 지원

코 끝이 간질거리는 봄, 눈부시다 못해 뜨거운 여름, 선선한 바람과 함께 들뜨는 가을,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

어떤 계절에 우리가 만나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봄이라면 흩날리는 벚꽃을 꼭 하나 잡아 너에게 주고 싶다 아주 작고 연약해 금세 무르고 찢길지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담아

여름이라면 작고 낡은 선풍기 하나 틀어둔 채 풍경소리 들으면서 네 머리카락을 만지며 잠들고 싶다 여름을 싫어하는 나지만 좋을 것 같아

가을이라면 저녁 산책을 가고 싶다 두 손 꼭 잡고 이제 제법 날씨가 시원하다는 심심한 대화를 나누면서

겨울이라면 차가운 내 손으로 너를 잔뜩 괴롭히고 싶다 그러면 겨울이라도 우리 입가에는 꽃이 필 거니까

명확한 계절이 아니라 애매하고 이상한 계절이라도 좋을 것 같다

같은 기억을 가지고 같은 추억을 쌓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자체가 불쾌하지 않다는 것

이 계절이 아니라면 얼른 다음 계절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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