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결국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 그리고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동시에, 이것들은 우리와 항상 같을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대를 할 필요도 없고, 그 기대에 못 미쳤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식으로 이 차이를 다루냐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의존적인 존재이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발현되는 자아의 일부가 있다. 결핍은 곧 불안이다. 자신의 결핍을 직접 마주하고 채우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의식은 더 빠른 경로를 찾는데, 이것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호감은 보통 자신의 욕구와 관련 있는 특질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나타난다. 내면의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자기 이상 (Self-Ideal)을 투사하게 된다. 이는 자기 완정성 (Self-Integrity)에 대한 본능적 욕구이다.
결핍 - 불안 - 투사 - 안정감
기대는 현실보다 투사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이상적인 이미지이고, 상대의 실제 성격과 의도를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극이 드러나게 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이다. 기대한 모습이 특정 상황에 맞았더라도, 다른 상황에선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결핍과 한계에 대해서 잘 알 수도 있지만, 상대의 현실적인 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호감은 인지 필터 (Cognitive Filter)를 만든다. 뇌는 그 사람과 관련된 긍정적 단서에 더 강하게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단점이나 불편한 사실은 의도치 않게 무시되거나 축소된다. 이를 선택적 지각 (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 (Egocentrism)와 인지 절약 (Cognitive Economy)에 의해 암묵적 기대를 하게 된다. 이는 암묵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자신의 기준과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상식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과도하고 일방적인 기대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자존감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말을 하지 않은 기대는 상대방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의도적 거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배신으로 해석되게 된다. 관계 피로도 또한 상승하게 된다. 상대는 늘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본인은 늘 실망하거나 분노하게 된다. 반복된 기대 충족 실패는 타인에게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기대를 완전히 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대는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애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기대를 스스로 인지하고 표현하며 현실적인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