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회피

by 박민규

사람들은 책임과 회피의 경계를 쉽게 나누는 경향이 있다. 버티고 인내하는 쪽이 책임이고, 포기하는 선택은 회피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실체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지 않고 도망친다. 그 선택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계산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와 관계 속에서 도망침은 종종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해석되고, 그 결과 “마음이 좁은 사람”, “비겁한 사람”이라는 판단을 받는다.


문제를 회피하는 선택은 자기 자신을 잘 알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헌신이고 어디부터가 자기 파괴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 때만 내려질 수 있는 판단이다. 버티지 못하는 책임은 더 이상 책임이라고 부를 수 없다. 반대로, 책임 없는 회피는 어디에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책임은 지속함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이 된다. 누구를 위한 책임이고, 어떤 헌신인지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직 타인을 위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을 가장한 자기 기만에 가깝다.


회피는 정직한 계산이다.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회피는 무책임이지만, 타인과 자신을 함께 고려한 회피는 결코 비겁하지 않다. 책임감 있는 회피는 경험과 자기 인정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끝까지 가지 않음으로써 더 큰 무책임을 막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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