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난 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
작가이자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경험이 담겨 있는 <야간비행>은 곳곳에 시처럼 표현되어 아름답게 쓰인 작품이다. 일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조종사들의 야간비행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낯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만이 느꼈던 감정들이 설레며 신선했다.
이따금 바다보다 더 사람이 없는, 백 킬로미터에 걸친 초원 지대를 지나다 버려진 농가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것은 마치 인생이라는 짐을 실은 채 물결 속에 뒤처진 한 척의 배처럼 보여, 그는 비행기 날개를 움직여서 그 배에 인사를 보내곤 했다. (p16)
이제 그는 밤의 한복판에서 불침번처럼, 밤이 인간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신호, 이런 불빛, 이런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어둠 속의 별 하나는 고립된 집 한 채를 의미한다. 별 하나가 꺼진다. 그것은 사랑에 대해 문을 닫은 집이다. (p19~20)
밤이라는 상황은 사람의 오감을 있는 대로 자극할 것이다. 하찮은 것에도 의미를, 아름다운 것에도 공포를 느끼는 그런 상황들과 감정들 말이다.
그러나 리비에르는 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유럽행 우편기 때문에 불안해질 테니까. 그는 항상 그런 식이다. 이 늙은 전사는 처음으로 자신이 지쳤다고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p22)
그는 자신이 노년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감미롭게 해 줄 모든 것들을 '시간이 생기면'이라는 전제로 조금씩 미뤄왔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언젠가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인생의 끝자락에는 상상해 온 행복한 평화를 얻게 될 것처럼. 그러나 평화는 없다. 어쩌면 승리도 없을 것이다. (p23)
리비에르는 냉정하며 때론 비인간적인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리비에르의 관점에서 보면 그에겐 그런 행동과 말들은 더 큰 사고와 불행에서 실수를 줄 일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수많은 전쟁 속에서 병사들이 목숨 바쳐 싸울 때 지략가였던 제갈량이 병사들과 같이 목숨 걸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각자에게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역할이 잘 수행되어졌을 때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나 생명과 직결되는 야간비행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리비에르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그것이 때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리비에르는 밤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그에게 깊은 우정을 느꼈다. '투쟁의 동지로군. 이런 철야근무가 우리를 얼마나 결속시키는지 이 사람은 아마 절대 모르겠지.' 리비에르는 생각했다.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