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을 고르는 기준

by 빈센조

여러분은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나요.

나는 꽤 자신 있게,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 보내고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힙합과 밴드,발라드와 R&B, J-pop과 대중적인 팝까지.

좋다고 느끼면 그냥 듣는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음악을 소비하면서도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자주 고르는 음악들은 의외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그 기준은 아주 단순하다.

지금의 삶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창밖의 날씨와 어울리는 멜로디

괜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가사

마치 오늘의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문장들.

그런 요소들이 모여 나는 그 음악을 선택한다.


음악이 나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설명하기 어려운 고양감이 따라온다.

내 감정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누군가 이미 같은 시간을 통과해왔다는 증거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나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같은 노래라도 매번 같은 방식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어제는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가사가 어느 날은 유난히 선명하게 들린다.

그건 노래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음악은 특정한 시절을 통째로 데려온다.

처음 혼자 집에 돌아오던 밤에 괜히 이어폰 볼륨을 끝까지 올리던 순간

말하지 못한 감정이 가사 한 줄에 대신 담겨 있던 시간들.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때의 공기와 온도까지 함께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취향이라기보다는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진보다 정확하고 글보다 솔직하게 그 시절의 나를 남기는 방식인 것 같다.


가끔은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가 이제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서운해지다가도 이내 이해하게 된다.

그 노래와 잘 맞았던 삶을 이미 지나왔다는 뜻이니까.


아마 앞으로도 나는 내 삶과 맞닿아 있는 음악만을 고를 것이다.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소리 지금의 나와 같은 속도로 숨 쉬는 멜로디를 말이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결국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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