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친구분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두 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거의 서른 해를 함께 보낸 사이라고 했다.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사람이 급성으로 나타난 증상 하나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분은 나에게도 낯선 어른은 아니었다.
어릴 적 집에 종종 놀러 오시던 웃음소리가 크고 말수가 적당했던 삼촌 같은 분이었다.
특별한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저 살아 있는 어른의 한 모습으로 당연히 계속 존재할 줄 알았던 사람으로 여겨져왔다.
장례식장에 서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언젠가?
나도 평생을 함께할지도 모른다고 믿는 친구들이 있다.
지금은 서로의 미래를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다음 만남을 아무렇지 않게 약속하는 사람들.
만약 그들과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솔직히 아버지께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위로라는 말이 이런 순간에 얼마나 가볍게 들릴 수 있는지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다.
말을 고르는 대신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덜 무례한 태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날 가장 낯설었던 것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늘 단단해 보였고 어떤 일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사람.
그런 아버지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나는 태어나 처음 보았다.
그 순간에
죽음은 누군가를 데려가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사람의 일부를 조용히 함께 가져가는 일이라는 생각.
오랜 시간을 나눠 가진 관계일수록 그 빈자리는 더 깊게 남는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통해 배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말없이 마음에 쌓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