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리고 검정고시

by 동동스
가방 주인보다 가방을 더 좋아하는 강아지. "등교는 네가 해라!"


​유튜브에서 이전에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했던 금쪽이의 3년 후 근황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전보다 환한 외모와 표정으로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못 본 조카를 마주친 듯 반가웠다.



3년 전 방영 당시 이 가정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교통사고 사망 충격으로 3년간 은둔 생활을 한 사춘기 아들의 사연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알에서 깨고 나왔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을 표현했다. 수능을 보고,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를 안고 아빠와 대학 캠퍼스를 방문한 모습을 보니 아이의 말대로 단단한 알을 깨고 나왔음이 분명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용기를 내어 떨리는 한 발을 뻗는 아기새처럼.. 그렇게 대학 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의 빈자리는 여전하지만, 세 가족이 서로를 든든하게 지키며 의지하는 모습도 가슴 뭉클했다.



내가 ​이 아이의 이야기에서 공감과 위안을 얻는 이유는, 내 아이가 한국의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내내 등교 거부가 이어졌고 결국 검정고시를 고려 중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통스러워하니 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대안 학교도 고려했지만, 결국 검정고시로 의견이 모아졌다.

등교전, 강아지와 교감 타임


학교를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보는 것의 단점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선택으로 인해 겪을 외로움과 상실의 시간은 아이가 감당할 몫이다.


​나와 남편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가 학교를 포기하며 학교에서의 사회생활 - 친구들 및 선생님과 어울려 지내는 경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생활의 규칙을 지키며 일상을 유지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며 책임감과 인내심을 키우는 등 중요한 것들을 배우지 못할 테니 걱정이다.


하지만 현재는 학교가 아이에게 채워줄 수 있는 장점들을 포기하고라도, 어쩔 수 없이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는 귀국 후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 가기를 원했지만, 상황적인 이유와 부모의 욕심으로 학군지로 이사를 왔다. 학업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환경이 훌륭한 곳이지만, 내 아이는 이 학교에서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했다.


아이는 친구들이 자신을 외계인 보듯이 한다고, 자신도 다른 아이들에게 이질감과 거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부모의 선택으로 아이가 큰 상처를 받았기에 나도 후회와 반성을 거듭 중이고, 이제는 아이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졌다.


우리는 상처를 통해 배웠다.


연령에 맞는 사회성과 예의, 배려심을 갖추지 못했던 아이는 자신의 성향과 완전히 다른 아이들과 생활하며 사회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 태도에 대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 역시 육아와 관련해 합의한 내용이 있다.


'이제 아이의 인생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

'아이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잔소리 만 번은 독이고

부모가 본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교육의 대부분이라는 것'



검정고시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회나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비자발적 검정고시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학업 성취도를 높이거나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는 2만 109명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1995학년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이다.


나는 아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을 알지 못하기에 세상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단언할 수 없다. 대다수가 따르는 방향이 너에게도 맞는 길이라며 강요할 자신이 없다. 검정고시가 더 이상 극소수의 예외적 선택은 아닌 것에 안심하는 '옛날' 엄마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가 스스로 인생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내가 운전대를 놓을 타이밍이다. 뒷 좌석에 앉아 좌불안석이겠지만, 최대한 그 마음을 자제해보려 한다.



크고 작은 사고로 차가 멈출 테고, 수리와 사고 후 처리가 필요하겠지만, 살고 보니 내가 살아온 인생도 그러했다.


아이의 차가 아예 멈추지만 않기를,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달리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