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타인? 나?

by 동동스


요즘 큰 아이와 남편과의 의견 충돌이 잦다.

사춘기의 특성을 되새기며 이해하려 애써도, 도저히 참기 힘든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 속에 파묻힌 남편. 사실 남편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의 입장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양육과 같은 민감한 주제만 나오면 어김없이 마찰이 생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일까? 아이일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존재는 그들이 아니라, 대부분 나 자신이다. 후회와 책망의 말들이 다양한 굵기의 채찍이 되어 나를 때린다. 왜 더 참지 못했는지, 왜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는지...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고독이 편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타인과 연관된 일은 늘 조심스럽고 벅차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해석하는 일,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는 일—그 모든 과정이 굽이굽이 험난한 산등성이다.



드라마〈미시즈 메이즐(Mrs. Maisel)에서 주인공 메이즐과 전 남편 조엘은 서로 깊은 상처를 주고받은 관계이다. 아이 양육 문제로 작은 의견 충돌이 큰 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하지만 딸을 둘러싼 중요한 선택의 순간, 두 사람은 예전처럼 상대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잠시 멈춘다.


“우리가 싸우는 건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둘 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한 마디에 두 사람의 얼어붙은 감정이 녹는다. 갈등을 해결한 것은 복잡한 관계의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 깊은 의도를 이해하고자 한 노력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역시 젊은 시절 극심한 우울감과 자기 회의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인간관계의 갈등, 정치적 비난, 실패 속에서 자신을 가장 먼저 의심했고, 그 의심이 마음을 짓누르곤 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향한 과도한 비난을 다루는 법을 배워 천천히 균형을 회복했다.


“링컨은 마음이 약해서 무너진 사람이 아니라, 약한 마음을 이해했기에 더 단단해진 사람이다.”

링컨과 가까이 일했던 동료들의 말이다.


관계의 어려움은 타인과 나 사이의 문제, 그 자체보다, 타인을 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평가 때문에 커지는 경우가 많다.


나를 미워하는 데 쓰는 힘의 일부를 나를 이해하는 데 쓰면 관계의 문제를 비롯해 삶의 다양한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다.


삶은 지속적으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배우고, 회복하는 드라마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나 다툼은 드라마 속 일부 에피소드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다 보면 인생 후반의 전개는 보다 따뜻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