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을 오가는 요즘 하늘을 바라보며..
요즘 며칠째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잠시 밝게 태양이 빛나더니 오늘은 구름이 덮인 어두운 하늘이다. 화사한 햇빛과 회색빛 구름,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이 날씨는 마치 호퍼의 그림과 닮아 있다. 한순간 빛나는 태양 아래 화사한 정적을 느끼다가, 이내 그림자와 어둠이 드리워진 무겁고 차분한 고요함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집에는 가족들이 있고, 밖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데, 나는 침묵 속 나만의 순간에 존재한다. 호퍼의 그림을 마주하면 그런 순간들이 그대로 화면에 옮겨진 듯하다.
바다 옆 방 (Room by the Sea, 1951)
바닷가 절벽에 지어진 방, 활짝 열린 문 밖으로 파란 바다가 문 턱까지 차있다. 문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의 거친 바다와 안쪽의 고요한 방이 교차한다. 외부의 무한한 혼돈과 내부의 침묵이 대립하는 듯한 장면이다. 외부는 밝은 태양아래 넘실대는 파란 바다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빛나지만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면 무한히 추락할 수도 있는 경계와 불안의 공간이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1942)
호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그림은 도시의 다이너(간이식당) 안 몇 명의 인물을 보여준다. 관찰자는 어둠이 짙게 깔린 밖에서 식당 안을 보고 있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함께지만 혼자이다. 미국 특유의 대중적인 공간에서 커다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안팎이 공유된다. 하지만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들은 각자 외롭다. 어둠 속의 관찰자와 마찬가지로 빛 속에 있는 그들도 함께지만 혼자다.
오토맷 (Automat, 1927)
한 여성이 홀로 테이블에 앉아 커피잔을 바라보고 있다. 뒤편 창에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어둠이 깔린 밤의 색과 내부의 밝은 조명이 그녀의 고독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움직임이 멈추고, 시간은 정지한 듯, 오직 내면의 무게만이 잔잔히 흘러간다. 도시의 여러 곳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가끔씩 우리 스스로가 그려내는 장면이다. 생각마저 지친 듯, 진공 상태에 그저 존재하는 상태로 앉아 있는 그녀에게 깊이 공감한다.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면, 두 가지 대비되는 마음이 오간다.
하나는 정적과 침묵을 깨고 불안하지만 살아있는 밖으로 옮겨가고 싶은 열망, 다른 하나는 그림 속 고요한 고독 속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다.
고립과 고독이 메아리치고, 동시에 그 고요함이 평안으로 다가온다. 햇빛이 드리운 방 안에서, 혹은 어둠이 내린 밤거리에서, 호퍼는 인간 존재의 고독을 빛과 그림자로 응시했다. 우리 모두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명암의 세계를 힘겹게 살아간다. 호퍼의 그림을 감상하며 내 자신을 마주하고, 그림 속 나를 봐주면 좋겠다. 외롭고 불안한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