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흐린 날은 기분이 무겁고 울적한데, 이렇게 쏟아붓는 날은 오히려 후련하다. 내 안에 단단한 막혀있던 것들이 말갛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어젯밤, 큰아이가 한 시간 가까이 울었다. 동생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큰 소리가 오가더니 끝내 아기처럼 한참을 울었다. 그간 말로 표현하지 못한 크고 작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진 듯했다.
요즘 우리 가족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특히 슬프고 힘든 마음의 표현이 잦아졌다. 나도 사소한 말 한마디, 찬송가 한 구절, 스트레스의 정점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터진다. 울 상황이 아닌데 이성적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눈물 탓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약해 보일까 봐, 민낯을 들키는 것 같아서 울음을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참아지지가 않는다. 마음의 정화가 자주 필요한 시기인가 보다.
슬픔, 분노, 기쁨 등 울음에 담긴 사연과 감정은 다양하다. 우리 가족이 요즘 자주 우는 이유는 약해진 마음이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울 때만큼은 내 약함을 인정하고, 진심의 말이 흘러나온다. 울고 나면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 이성의 힘을 끌어 모아 해결책을 찾을 힘이 솟는다.
Out of weakness came strength.- George Washington
미국 독립전쟁 당시 수차례 패배를 경험한 조지 워싱턴은 약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리더십과 전략을 갖춘 강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진정한 강인함은 실패, 고통, 두려움, 부족함 등 연약한 순간들을 통해 키워진다. 약하기에 버티고, 그 안에서 강하게 단련되는 것이다.
빗물처럼 감정의 물살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울음 뒤 조금씩 강해질 것을 다짐해야겠다. 좌절감에 울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보다 강해지기 위한 회복 탄력성을 발휘해야겠다.
(우는 것이 체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 몸의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울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치유하는 것은
대부분 소금물이다.
땀, 눈물, 바다와 같이 말이다.
- 카렌 블릭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