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수다, 수다의 9할은?

by 동동스


러시아 주재 시절 알게된 엄마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외로운 해외 생활을 버티게 해준 '엄마' 동지들이다. 사춘기의 일부를 러시아 국제학교에서 보낸 아이들, 그 아이들이 지금은 모두 한국 중학교에서 각자 고군분투중이다.


한 두달간 눈물의 적응기를 거쳐 한국형 열공 모드로 전환한 아이, 일년여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친구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고등학생 아이, 그리고 여전히 거친 파도속에서 사력을 다해 팔다리를 휘젓고 있는 내 아들까지, 국가를 오가며 보낸 사춘기는 모두 순탄하지 않았다.


그간 근황을 나누며 세 시간이 어떻게 간지 모르게 수다를 떨었다. 만남을 끝내고 돌아가며 우리들의 수다를 돌아보았다. 자식 얘기만 했다. 내 얘기가 없다. 자식 있는 엄마들의 대화는 다 이럴까?


나라와 문화를 막론하고 엄마들의 대화에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주제들이 있다고 한다. 여러 사회학·심리학 조사와 육아 커뮤니티 연구를 종합하면, 엄마들의 대화 주제는 대체로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1. 자녀 교육, 2. 건강과 발달, 3. 양육 스트레스와 감정 나눔, 4. 사회적 비교와 정보 교환, 5. 자신의 삶과 관계. 자녀 에 대한 주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한국 어머니들의 “자식=나” 동일시 현상은 미디어에서 이미 자주 언급되었다. 유교적 전통과 경쟁적 교육 체제 때문에 자녀의 성취가 곧 가문의 명예, 부모의 성취와 직결되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구권은 자녀 독립성을 강조하고 부모와 자식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경향이 강하다. 엄마들의 대화에 자녀의 교육 이야기가 많이 오가지만, 자녀 성취를 부모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러시아에서 생활하는 20개월간 나는 전업 주부였고, 나의 주업은 당연히 육아였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 주요 업무에 몰입해 "자식=나" 동일시가 지나치게 이뤄진 것 같다.


앞서 걱정하고, 아이다운 실수에 한탄과 원망을 쏟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경고하며, 넘어지지 말라고 거듭 단속했다. 부모의 불안탓에 아이들은 더 불안해졌고, 실수가 두려워 아예 시도도 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발생중이다.


아이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중 하나지만, 주제를 '나'로 차츰 바꿔가야겠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니,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마음껏 넘어지고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이 되어줘야겠다. 그들이 자신들을 키워가는 동안, 나도 그간 잊고 있던 나를 더 키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