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끊고 살기 싫었던 날

목숨을 걸어야 하는 편식

by 작은콩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위장이 자꾸 말썽을 피우면서, 틈만 나면 속 쓰림과 역류가 일어났다.


위액이 식도를 벌겋게 태울 때마다 잊고 있던 내장의 존재를 직접 느끼면서(그래 네가 거기 있구나....)

고통스럽게 요 몇 달을 보냈다.





아마 면역억제제와 진통제 장기 복용의 부작용인 듯싶다.



이럴 때 보면 약을 먹는다는 건 목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다.

당장은 증상이 나아져서 숨통이 트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염분으로 인한 타는듯한 목마름으로 결국 바닷물을 더 많이 찾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당장 진통제를 끊을 수는 없으니 위장을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다.




식도, 위장병은 완전히 고칠 약이 없으며, 꾸준한 식단 조절이 시작이자 끝이다.



1. 매일 정해진 시간에

2. 적정량의 식사

3. 위에 좋은 양배추, 감자, 아보카도 등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



그리고 가장 중요한

4. 먹으면 쓰린 음식을 끊을 것.





초콜릿과 커피 같은 카페인을 함유한 식품군이 대표적이다.








보통은 초콜릿 좀 못 먹는다고 살기 싫어지지까진 않을 거다. 근데 내겐 의미가 좀 달랐다.





처음 식단 조절을 시작하면서 단 것, 술, 커피, 유제품, 동물성 지방 함유 식품, 밀가루, 튀긴 음식

먹으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식품들을 하나씩 끊어왔고, 그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나마라도 나를 유일하게 위로해 주던 것이 (다크) 초콜릿이었던 것이다.

(유제품이 없어야 해서 밀크나 화이트는 먹지 못함)





그런데 이젠 그거마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가진 것도 원체 많지 않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병에게 모든 걸 빼앗겨야 하는가!



처음엔 좋아하던 음식을 빼앗겼고,

다음엔 관절 염증과 체력 저하로 일상을 빼앗겼고,

그리고 그 다음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았겼다.





그래서 너무나도 억울했다! 초콜릿도 못 먹냐!


내가 뭐 술을 먹어! 커피를 먹어! 아니면 맛있는 빵, 치즈, 튀김음식을 먹어!!!!!!!

나는 병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을 포기했다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라도 얻고 싶었는데. 숨만 붙어 있다고 이것이 사는 게 맞나 괴로워졌다.








장기 투병 환자의 '힘들다'는 감정은 그런 것 같다.




갈 데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여 뭉치다,

결국 하수구에 막힌 머리카락처럼 응어리져서 가슴 깊은 곳을 내리누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상을 잘 보내다가도,

아주 작은 트리거에도

막혀있던 감정의 덩어리가 울컥 끌려 올라와 갑자기 눈과 코가 벌게지곤 했다.


(초콜릿 못 먹어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콜릿 거의 끊었다.

100%는 아니고 가끔 먹고플 때 코코아 가루가 들어간 가공식품을 조금씩 몸 몰래(!) 먹는다.



몰래라는 말인즉.. 밥을 먹은 후 배가 차있을 때 얼른 조금만 먹는다던가 ㅎㅎ 속이 괜찮을 때 눈치 봐가며 한두 개 먹는다는 뜻이다. ㅋㅋ





위장 놈도 그 노력이 눈물겨웠는지 속 쓰림 증상은 다행히 많이 회복되었다.



이젠 억울하고 서러운 감정들은 일상의 힘에 묻어두고, 또다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내가 유치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초콜릿이 맛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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