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이끌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약 6년 만에 신인 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다. ‘에스파'는 등장과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는 그룹 멤버들이 현실과 가상에 공존하고 있다는 세계관이다.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티스트와 음악에서 생겨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여 만든 스토리텔링에서 파생되는 컨텐츠를 확장, 재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기획 단계부터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세계관을 만들고자 했다. 컨텐츠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세계관을 관음하는 것을 넘어 세계관 안에 직접 들어가 참여하고 자신의 우상들과 공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셰계문화산업포럼, 2020) 이 프로젝트의 하나가 ‘에스파’다.
‘에스파’는 4명의 실세계의 멤버들과 멤버들의 이름 앞에 ‘아이(ae)’를 붙인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으로 이루어진 8인조 걸그룹이다. 서로의 분신인 실제 세계의 멤버들과 가상 세계의 멤버들이 ‘나비스’라는 인공지능을 경유해 서로를 알아가고 교감하며 성장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실세계의 멤버들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며 아바타 멤버는 AI 기술을 도입해 실세계 멤버들과 분리되어 유기체처럼 각자 다양한 활동을 할 것임을 발표했다.(위의 강연)
가상 아이돌은 ‘에스파’이전에도 있었다. 3d 캐릭터에 가수 목소리를 입힌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음성 합성 프로그램‘ 보컬로이드’를 이용한 ‘하쿠네 미쿠’ 등이 있다. 2018년 RPG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캐릭터들로 구성된 가상 그룹 K/DA는 데뷔곡으로 흥행에 성공했다.(심윤지 기자, 2020) 그러나 ‘에스파’는 AR, VR 등을 적극 이용하면서 가상 인물에게 AI기술을 도입한다는 이전 가상 아이돌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머신러닝으로 개발한 AI 아이돌 ‘린나’가 있긴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직접 AI기술을 도입하여 산업적으로 가상 아이돌을 그룹으로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아바타 멤버들은 실세계 멤버들의 목소리와 멤버들이 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에 기록된 모든 정보를 AI로 학습해 구축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가상 현실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한다.(GLOBAL STARTUP FESTIVAL COMEUP, 2020)
K/DA /사진 출처: K/DA공식 트위터
코로나로 위축된 문화 예술계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지리적,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어디에서나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AI 가상 아이돌은 팬데믹을 이겨내고 가속화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략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의 팬 옆에서 삶과 일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며 4차 산업 혁명에 부응하는 듯한 AI 가상 아이돌에게 대중은 신선함을 느끼는 동시에 거부감과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중들의 느낀 부정적인 감정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신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위협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협감’을 단순한 감정으로 종결시키지 않으려 한다. AI가 인간 문화에 스며들고 특히 'Idol'이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위협’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Idol'은 주로 K-POP 아티스트를 말하겠지만, 오로지 K-POP 아티스트로만 단정 짓지 않는다. 대중들이 소비하고 사랑하는 Idol, 그러나 소비 사회에서 이윤을 위해 전략적으로 가공된 상품이 된 Idol을 말한다. 즉 복잡한 거대 산업 속에 종사하는 노동자이자 상품인 ‘Idol'(=스타 시스템의 생산물)이 AI로 대체된다면 발생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노동자로서 아이돌, 상품으로서 아이돌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아이돌은 노동자가 아닌 ‘자본’이다. 스스로 ‘인간자본’이 되어 가치를 높이고 경영하여 높은 몸값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문강형준,2010,p.287-290) 그러나 아이돌을 생산하는 자들에게 아이돌은 ‘상품’이다. 기획사에서 아이돌은 공정을 거쳐 생산되고 유통되는 기획 상품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아이돌 생산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어 표준화시키고 필요한 모든 절차들을 통합하여 생산”시키는 ‘문화기술’을 아이돌 생산 시스템에 정착화했다.(방희경,오현주, 2018, p141) 신자유주의 논리로 보장된 ‘합리적 경영’방식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현재 대부분의 기획사에서 적용하고 있다. 기획, 훈련(길고 고된 육체 훈련, 외형관리, 인성 교육등), 제작, 홍보 등 장기간에 걸친 지원과 투자는 아이돌이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이때 아이돌은 자신들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통제권을 얻지 못한 채 공정한 보상도 받기 어렵다. (위의 논문, p.142)
아이돌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본’이 되기도 하고 ‘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돌은 여러 지역을 오가며 춤과 노래 등의 육체 노동을 수행한다. 기획사와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도덕적 기준에 부응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체적 표현을 통제 한다. 팬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아이돌로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자기 통제와, 감정 노동으로 결국 많은 아이돌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현재 아이돌은 노동자로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를 생성하듯 체계화된 아이돌 시스템으로 생산되었고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철저하게 스토리텔링화 된 이미지로써 소비되는 아이돌들이 인격체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실상은 어쩌면 필연적일지 모른다. 현재 국내법상 연예인은 노조법에서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긴 하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 연예인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있다.(전혜원 기자, 2019) 그들이 겪는 육체, 감정 노동 착취와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 사고들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 근로기준법을 통해 노동자로서 연예인의 실정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에서 아이돌이라는 노동자의 예상할 수 없는 사고는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문제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생산자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인공지능을 생각했을 수 있다.
인공지능의 네트워크 능력이 발달할수록 실제 아이돌은 사생활 침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SNS와 멤버들(정보 제공자들) 언행에 포함된 사소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공유된다면 의도치 않은 사생활이 노출된다. 노출된 사생활은 악용될 우려가 있다. SNS를 회사 측에서 관리해도 회사에서 요구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실제 아이돌들이 겪어야 하는 언행과 사생활 통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AI 기술은 실제 아이돌을 통제하는 도구가 된다.
자신과 닮은 ‘완벽한 모델’이 보여주는 이상화된 신체상, 실수 없는 언행은 실재 아이돌에게 강한 압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길 수 없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며 자기 통제가 더 심해진다. 즉, 활동하는 몸이 두 개로 나뉘어도 실제 인물들에게 요구되는 감정 노동과 자기 통제는 이전보다 더 심해진다. 마치 산업 혁명으로 기계가 도입한 이후 물건을 생산하는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인당 노동 시간과 강도는 더 강해졌듯이 말이다.
인공지능 아이돌에 관한 가치와 이익 분배도 불공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공지능 재산권과 이익 분배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가까운 미래에 대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이익을 시장 가치가 아닌 다른 공정한 방식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참고1), 갑을 관계에서 불공정한 계약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돌 시스템 속 노동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신과 흡사한 가상 인물을 만들 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 아이돌, 혹은 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한 연습생과 그 외 정보 제공자들은 정보를 제공함에도 아무론 이익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어쩌면 특정 아이돌에게 인공지능의 정보 제공자 역할을 부여한 것은 현재 심신을 통제당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이젠 정보 착취까지 시키겠다는 통보일 수 있겠다.
(참고1: 섀플리 가치: 게임이론에서 등장한 “섀플리 가치는 협조게임의 경기자들에게 게임의 값어치를 분배하는 규칙이다.“ 어떤 가치가 생겼을 때 기여한 사람들의 몫을 기회균등이라는 조건하에 효율적이고 공정한 분배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적용된다. (강남훈,2015,p.132)
따라서 AI 아이돌 도입은 대중문화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상품으로 전락시켜 억압하고 착취하는 이데올로기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지적하거나 완화,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만든다.
가상 아이돌에 적용되는 AI의 한계
AI 기술을 도입하는 가상 아이돌 생산자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생산자들의 엄격한 통제에 저항하지 않으며 도덕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신체(아이돌 자신)를 손상시키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피로로 기절하거나 사생활로 물의를 빚지 않을 것이다. 고된 스케줄이나 비윤리적인 사생활 침해에도 불만을 품지 않는다. 정신적인 고통에 자살하여 뉴스에 오를 일도 없을 것이다. 신체가 없는 인공지능에게 인권만큼 당연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 아이돌은 수용자들이 원하는 ‘완벽한’ 아이돌인 동시에 생산자들이 원하는 ‘완벽한’ 아이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발전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인공지능도 사회적 물의를 빚을 수 있다. 기계 학습에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팬덤과 사회에서 제공된 정보는 편협된 시각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을뿐더러 필터 없이 표출한 혐오와 차별이 담겨있을 수 있다. 2014년 아마존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은 기존의 남성 편향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로 알고리즘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낙방시키는 성차별 문제를 일으켜 결국 폐기했다.(bbc news 코리아, 2019)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챗봇 ‘테이’를 발표하자 일부 극우성향 이용자들이 차별과 혐오적인 발언을 학습시키려 해서 16 시간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심윤지 기자, 2020) 이렇듯 AI 아이돌이 팬들과 SNS로 소통한 정보들로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결과가 큰 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만 할 뿐이다.
팬들은 아이돌이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우상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존재이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허점과 실수는 오히려 아이돌에게 서사를 제공하며 유명세 쌓을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아이돌 문화가 확장할수록 아이돌의 세계관과 서사를 완성하는 것은 팬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김호영, 윤태진, 2012, p66-75) 팬들이 아이돌에게 원하는 것은 유대와 친밀함을 목적으로 하는 소통이다. 아이돌과 팬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들만이 공유하는 감정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상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모라벡의 역설{모라벡의 역설: 인간에게 쉬운 건 인공지능에게 어렵고(감각, 직관, 감정등) 인공지능에게 쉬운 건 인간에게 어렵다.(계산, 논리 등)}을 넘어 세밀하고 깊은 감정 표현과 공감을 능숙하게 해내는 단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AI는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이다. 약한 인공지능은 모라벡의 역설에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논리와 계산과 관련한 지능적인 문제는 풀지만 자아와 감정이 없다. 만약 모라벡의 역설을 스스로 넘어서 스스로 자신을 인식하고 감정을 가진다 해도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아가 생기는‘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나면 특이점 도달은 매우 가까워진다. 특이점에 도달, 지능폭발이 발생하면 생기는 슈퍼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남운, 2016,p.267-268) 이후에 발생하는 위험은 위협을 넘어 말 그대로 인간이 예측할 수도 없는 위험이 된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현재 인공지능 개발은 무한경쟁 중이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의 개발이 인류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며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선점하고 상품화시키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우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논문, p.266)
경쟁하는 다른 국가, 기업, 개인보다 더 앞장서기 위해 현재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선두하는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혹은 무시하고 있는 것)을 여러 전문가들과 대중들은 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배워왔다. 칼을 얼마나 날카롭고 아름답게 만들며 비싸게 파느냐보다 칼의 방향을 어디로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역사는 칼의 방향에 좌우되었다. 인공지능은 칼이다. 칼은 누구를 향해 휘두르는지 모르는 채 함부로 만들어지고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칼을 쥐고 휘두르라고 시킨다면, 혹은 누군가가 칼을 만들고 휘두르려 한다면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칼을 휘두를 것이며 왜 휘둘러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인공지능의 발전과 상용화는 멈출 수 없다. 우리 혹은 그들의 칼날에 누가 베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과정과 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치며 옳은지 대한 윤리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희경, 오현주 (2018). “리얼리티 쇼를 통해 본 아이돌 노동, 노동양식이 구성하는 인간 주체성”. 한국언론정보학회 2018년 봄철 정기학술대회(2018), 133-167
GLOBAL STARTUP FESTIVAL COMEUP, “[3일차] 삶의 방식(Life) 기조연설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Youtube 에서 GLOBAL STARTUP FESTIVAL COMEUP 채널, 2020.11.21., https://youtu.be/ScIo9OcyydE, 2020.12.17. 접속
세계문화산업포럼, “2020 WCIF(KOR)" 중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기조 강연 부분 , Youtube에서 세계문화산업포럼_WCIF 채널, 2020.10.28., https://youtu.be/0hMIGD7EmjM, 2020.12.17.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