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엄마 모르게 바디샵에서 뜨겁게 놀고 있다는 가사에 반해 성스러운 합창으로 무대는 시작된다. 붉은 커튼이 올라가면 짙은 화장과 화려한 악세사리로 몸을 가리듯 치장한 이들이 무대를 움직임으로 채운다. 피부색 상관 없이, 남과 여 경계 없이 뒤엉킨다. 살이 보이는 군집이 합창하고, 노래의 주인공이 산뜻한 목소리로 폭로를 이어간다. 일상생활에서 보기 어려운, 몸을 조이는 가터벨트와 코르셋, 유두를 가리려면 가릴 것이지 가리개에 태슬(Tassel,술)을 달아놓은 금빛 장식들에 상하체를 튕겨내는 몸짓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는 바로 샘 스미스다.
그는 2014년 데뷔한 영국 출신의 가수로 그의 노래는 어느 장소에서든 쉽게 들을 수 있다. 그의 행보는 여느 팝스타처럼 사랑 관련 노래로 수놓았지만 2019년, 스스로를 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에도 속하지 않는 논바이너리(Non-binary gender)라 정의내리며 이전과 다르게 퀴어적인 면모를 외모와 음반으로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방흡입까지 하면서 스타로서 외모를 ‘관리’하고자 했던 과거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몸을 보이고, 킬힐을 신고, 긴 귀걸이에 사람들이 놀랄만한 옷을 입고 그 자신을 비춘다. 그렇게 지금, 그의 뚜렷한 주관이 스스로의 모습을 전시하는 행위와 그를 지지하는 예술과 상업에 힘입어 세상의 흐름을 타고 구석구석 흘러가고 있다.
영국의 한 TV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에서는 위 곡 ‘Unholy’ 뮤직 비디오에 대하여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해당 동영상에 시청자 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 그 전제로 해당 컨텐츠가 아이들에게 유해하며 포르노와 다름이 없다는 입장과 일반적인 할리우드에서의 여성 가수들이 해온 것을 남성 가수가 해서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라는 입장이 맞섰다. 트위터가 시끄러웠다. LGBTQ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비만한 이들을 소외시키려는 ‘팻포비아(Fat phobia)’를 기반에 둔 언급도 있었다. 이는 뮤직비디오 중앙에 위치한 샘 스미스 옆의 여성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눈길이다. 카메라는 상반신만을 비추지만 비만한 여성도 그 옆에서 몸을 놀리고 있다. 일반적 포르노에서도 잘 다루지 않은 몸들이 영상에 나타났다. 다분히 의도된 연출일지 모른다, 분명 샘 스미스의 자아를 표출하는 데에 앞장 선 연출이지만. 어쩌면 다수가 시선을 거두고 싶어하는 이들을 비추고 그들과 다름 없다는듯 자신을 드러내는 그는 이제 성애적인 표현도 서슴없다. 동성애를 지향하는 그의 영역에서는 테디베어 같이 안고 싶은 체격으로 매력있는 베어격의 몸인데도 그는 논바이너리로서 매력을 발산한다. 코르셋과 트임 원피스에 화려한 헤어 피스등을 자유로이 입고 쓰면서, 헐벗듯이 몸매를 강조하는 남성 댄서들과 노래와 함께 움직임을 나누면서.
그는 올해 개최된 제65회 그래미어워드에서 ‘Unholy’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상을 받았다. 수십년 시대를 휩쓴 말 그대로 주류로 흘러온 팝스타 마돈나가 쥐어주는 상이었다. 샘 스미스는 트로피를 무대에 같이 오른 킴 페트라스(Kim Petras)에게 주었다. 그렇게 성소수자들이 상을 거머쥐었고, 쉬이 대상화로 소비되던 여성 마돈나가 격려했다. 우리는 논쟁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뭍으로 올라온 이 퍼포먼스와 그 구성원들이 띄는 의미들을 바라볼 준비는 되어있는가. 당당히 물 위를 오른 샘 스미스가 퀴어의 대표격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새로운 이의 등장 또한 기대가 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