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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공들였던 프로젝트가 거의 끝났습니다. 2년차 PM이 혼자서 아이디어 한 줄로 BM까지 만들어본 경험이 흔하지 않고 굉장히 챌린징 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고군분투했던 이 과정을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
우리 제품의 가격이 비싸서 사용자들이 이탈한다 라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중, 문제를 조금 더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를 검토해봤습니다. 가설이 모호하면 액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데이터를 파보면서 가졌던 물음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과연 어느 사용자가 가격에 가장 많은 불만을 품고 이탈을 할까?
그 중 의심스러운 사용자군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시 뾰족한 가설을 생성했습니다.
'운반할 짐이 작은 사용자는 우리 제품의 가격이 비싸서 이탈한다.' 라는 가설이었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우리 제품에선 '운반할 짐이 작다' 라는 기준점 자체가 없었으며 아예 판단이 불가능했거든요.
즉, 운반할 짐이 1개이든 10개이든 가격이 동일한 게 문제였죠. 왜냐면 제품에서 판단이 안 되니까요. 따라서 1개를 옮기는 사용자는 가격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운반할 짐이 작은 사용자는 우리 제품의 가격이 비싸서 이탈하기 때문에 쿠폰을 지급하면 다시 돌아와서 결제를 할 것이다.' 라는 가설을 맨 처음으로 검증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위에서 적었던 것처럼, '운반할 짐이 작다' 라는 건 제품 내에서 판단이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시에도 사용자의 데이터만 보고 이 사용자가 운반할 짐이 작은지, 많은지 자동화로 분류하기가 힘들었어요. 텍스트 데이터만 보고 짐의 양을 분류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되면 정말 좋았겠지만, 저희 제품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직접 수작업으로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채널톡의 일회성 캠페인을 이용해서, 짐이 작지만 이탈한 사용자를 직접 분류하여서 소량씩 메시지를 보내봤어요. 그리고 사용자의 반응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6일 진행하고...
해당 사용자들이 정말로 돌아와서 결제를 했는지 확인을 해보았는데, 해당 메시지를 받은 311명 고객중 11명이 결제를 했습니다. (결제 전환율 3.2%)
우리 제품에서는 진짜 낮은 수치였어요. 평균 고객의 전환율이 20% 이상이거든요.
또한 쿠폰 사용률도 2%로, 평균 쿠폰 사용률 10%에 비해 많이 낮았어요.
쿠폰을 주면, 돌아와서 결제할 것이다 라는 기존 가설은 실패하였지만, 의도치 않게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용자군은 결제 전환이 아주 낮은 고객군이라서 제품 내의 별도의 관리와 정책이 필요하다.
당장의 가설 검증은 실패했지만, 단순히 쿠폰 발급으로는 안 돌아오는 고객군을 제가 발견한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요. 전환이 낮은 고객군을 발견을 했으니, 우리 제품에서 잘만 관리하면 전환율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규 서비스 (카테고리)를 런칭하기로 했어요!
자세히 말하면 신규 서비스는 사업을 확장하는 목적은 아니었고요. 기존의 제품에서 전환율이 낮은 고객군을 잘 분류해서 따로 관리하자는 목적이었습니다. 또한 기존 제품의 문제였던, '운반할 짐이 작다' 라는 걸 판단하지 못했던 문제도 UX로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신입 PM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던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더 많은 것들이 고려되었어야 했습니다.
1. 서비스 이름 정하기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제품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단어가 필요했어요.
또한 사용자에게 런칭되기 전, 우리 팀 사람들이 해당 이름에 익숙해지고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는 마음에 제 스스로가 서비스 이름을 많이 언급했던 것 같아요.
2. 서비스 정책 정의하기
신규 서비스였기 때문에 정책을 잘 정의하기에는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없었어요. 따라서 처음은 운영하는 팀의 의견을 많이 모아서 정책의 정의했습니다. 운영하기 쉬워야,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추후 데이터가 모이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선하고자 계획했습니다.
3. 가격 정책 정하기
운반할 짐이 작은 사용자를 잘 분류했으니, 이젠 가격을 정의할 순서입니다!
기존 가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key point였기 때문에 가격 정책은 가장 잘 신경써서 정의했어야 합니다.
가격은 총 3가지 관점에서 고려했어요.
수익성 (가장 중요함)
저렴한 가격 정책을 내세울 것이지만, 수익성을 저하시킬 가격은 위험해요. 따라서 해당 가격에 반응하게 되는 드라이버의 운임 만족도도 고려해서 설계를 했어요. 즉, 전환을 위해서 낮긴 낮되 너무 낮으면 안 되는 거죠.
운영 가능성
운영 불가능한 서비스는 결국 지속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가격 정책을 정의할 땐 누구보다 운영하는 팀의 의견이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이 점도 고려했습니다.
전환율
아직 신규 서비스이고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익성과 운영 가능성이 보장되는 선에서 특정 가격을 정하고 테스트하면서 점차 개선하기로 했어요.
4. UX 정하기
이젠 서비스 정의도, 정책도, 가격도 모두 정해졌으니 사용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UX를 선정해야 합니다.
해당 서비스 UX를 A/B/C/D 테스트로 검증하고자 했어요.
처음에는 실험군이 너무 많아서 조금 과하다고도 생각했기에 줄이려고도 해봤는데요. 하지만 어디에서 보여주면 좋을지? 어느 시점에 보여주면 좋을지? 누구에게 보여줄지?에 대한 확신과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에 3가지 UX를 실험하고 올바른 UX를 찾고자 했습니다.
(열심히 설득하긴 했지만..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
총 3번의 실험을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1) 빠르게 서비스 UX부터 만들기
전체 전환율을 성공적으로 올리진 못했지만, 우리 사용자의 20% 정도가 신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어요. 그리고 다른 서비스보다 전환율이 많이 낮아서, 기존 가설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2) 할인 정책 적용하기
운영과 수익, 전환에 문제 없이 할인 정책을 도입시켰어요.
3) 서비스 정책 개선하기
중간에 운영 이슈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 정책을 개선했습니다. 더욱 더 운영하기 쉬워지길 바랬어요.
4) 할인 정책에 맞춰서 서비스 UX 개선하기
17%의 전환율 상승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획자들 사이에서 '내가 낳은 제품', '아픈 손가락인 제품' 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딱 끝내고 보니, 그 말이 와닿았어요. 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가 마무리 했고, 이 서비스의 정의부터 정책 등 모든 것에 관여하다 보니까 중간 중간에 했던 실패도, 고민도, 성공도 아주 소중했으며 심지어 애착까지 들어요.
또한 이 서비스는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잘 알 것이다는 자부심과 이 서비스의 다음 문제, 다다음 문제도 제가 해결하고 싶다는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아무튼 2년차 PM이 혼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저희 회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