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13년? 만에 듣는 마에하시상 공연.
정경화 선생님보다 다섯 살 많은 80세의 마에하시 테이코는, 명실상부 일본의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국제적인 입지나 경력으로 정경화 선생님에 견줄 바는 못되지만, 각 나라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선구자적 존재라는 점에서 그녀의 존재는 정경화 님을 떠올리게도 한다.
전통적이고 친숙한 바이올린 레퍼토리들로 구성된 오늘의 프로그램.
그녀의 1736년 산 과르넬리 델 제수의 음색은 소름이 돋도록 청아하고 우아했지만, 마에하시상이라면 적어도 천 번은 연주했을 법한 레퍼토리들이 솔직히 클린 한 연주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악기 한대로 여든 평생을 살아온 노장들의 연주를 기량이 전성기에 달한 젊은 연주자들과 비교해 클린한가 그렇지 못한가를 이야기하는 건 반칙이다. 그럴 것 같았으면 그녀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지금까지 짱짱한 현역생활을 유지하며 대중과 교감할 수는 없겠지.
앙코르곡은 사랑의 찬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미소라 히바리의 명곡 ’ 강물의 흐름처럼(川の流れのように)’ 같은 대중적인 곡.
전통 클래식팬들이 많은 신니혼필임에도 이런 곡들은 역시 반응이 뜨겁다.
내 왼쪽 할아버지는 미소라 히바리 나오자 눈물 흘리심
우레와 같이 터져 나오는 박수와 브라보는 여전히 건재하신 노장에 대하여 모두 같은 마음들임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그새 스미다트리포니홀 근처 거리가 많이 푸르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