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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Jun 08. 2024

119. 시험관으로 쌍둥이 임신하려고요. 한번에 해결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 22)

A: 시험관 임신으로 쌍둥이 임신을 하고 싶어요. 출산 및 육아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거지요.

B: 그래요. 그럼 배아를 2개를 넣겠습니다. 뭐 2개를 넣는다고 모두 다 임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 한지 3년, 이제는 슬슬 아기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한 A는 첫번째 시험관 시술에서 이렇게 쌍둥이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임신 하고 보니 경과가 녹록하지 않았다. TV에서 본 쌍둥이들은 거의  만삭에 태어났다고 들었고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일단 임신 25주부터 배가 자주 단단해지는 자궁수축이 빈번해져 응급실 방문을 자주했어야 했다. 다행히 경부길이는 정상이었지만 모니터만 걸면 수축이 있다며 '라보파'라는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 받았는데, 당시 맥박이 130회까지 뛰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찬 증상이 생겨서 힘들었다. 다행히 입원 후 5 일 지난 시점에서 자궁수축이 잦아져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임신 32주 부터는 혈압이 스멀스멀 높아져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의료진으로 부터 ‘임신중독증’이란 낯선 진단명에 대해 이야기 들었고 인터넷에서 임신중독증을 검색해 보니 온갖 무서운 내용만 있어서 덜컥 겁이 났다. 아기가 일찍 나오면 안 좋다고 하던데,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고위험 병실에 입원해서 불룩 나온 배에 비누 만한 크기로 생긴 모니터를 3개나 (1개는 자궁수축을 모니터하는 것이고 나머지 2개는 쌍둥이 태아 두 명의 심박동에 대한 모니터라고 했다) 배에 달고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행히 아기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둘 다 1.6kg 정도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불러온 배는 이미 만삭처럼 느껴진다. 화장실에 가기도 쉽지 않다. 입원한 지 1주일이 지나자 혈압이 점점 높아지면서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야도 약간 흐려진 듯하여 병실에서 책을 읽을 때 글자가 두 개로 겹쳐 보였다. 혈압이 180으로 치솟은 날 갑자기 수술이 결정되었다. 두 아기는 모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소아과 선생님은 아기 상태는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입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앞으로 아기가 성장하는데 문제는 없을지 너무 걱정된다. 임신 초기에는 당연히 조리원에 아기와 함께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리원에서 단태 임신으로 아기 한 명과 같이 입소한 다른 산모들을 보면 부럽다.


쌍둥이 임신은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이다.

하지만 임신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부부는 드물다. '자연' 임신으로 쌍둥이가 된 경우는 그야말로 '자연'의 섭리로 이해해야 겠지만, 시험관 시술을 통하여 2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에는 다태임신이 임신 경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리 아는 것이 좋겠.


우선 다태임신에서 조산 확률은 60%다. 단태임신에서 조산율이 10%인 점을 생각하면 6배 증가하는 것이다. 조산은 뇌성마비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기에 다태임신에서는 이러한  신경발달이상이 단태에 비해 4배 증가한다.

또한 다태임신은 단태에 비하여 태아 기형, 사산, 신생아 사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알려져 있다. A 산모가 걸린 임신중독증은 다태임신에서 단태에 비해 2배 증가한다.[1]


만약 A 산모가 시험관 임신의 첫 시도에서 단일배아 이식을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험관을 준비하는 부부는 한 번의 시도로 임신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1번의 시도로 생존아 출산까지 이어질 확률은 약 25% 정도이다. 이는 두번째 및 세번째 시도에서 각각 37-40%, 45-53%로 높아진다.[2]


기대한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은 좌절에 가깝다. 하지만 자연 임신은 그러면 좌절이 없는 것일까?


시험관 임신 1번 시도로 쉽게 임신한다면 모든 부부는 신혼 여행을 다녀오면 임신 되어야 한다. 시험관 시술 후 임신율은 자연 임신의 임신율을 넘어갈 수 없다. 이는 자연의 섭리이다.


시험관 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 있는 부부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참고로 난임의 정의는 1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되는 것이다.) 이는 시험관의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신의 결과중요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미 조산에 대한 고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다태임신을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궁 근종 절제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다태 임신이 된다면 자궁파열의 위험도까지 늘어나기에 (일반적으로 자궁근종 절제수술 후의 임신에서 자궁파열의 위험도는 약 0.5-1% 정도다.) 단일 배아 이식을 할 것이 산과적으로 바람직하다. 또한 자궁선근증이 동반된 임신도 그 자체로 조산의 위험도가 증가되므로 (20-25%) 다태임신을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가 시험관 임신의 시도 과정에서도 영향을 주는 것 같.

이제 우리도 '슬로우' 문화를 좀 받아들이면 어떨까?


참고문헌


1.https://www.cdc.gov/art/pdf/patient-resources/having-healthy-babies-handout-2_508tagged.pdf

2. Malizia BA, Hacker MR, Penzias AS. Cumulative live-birth rates after in vitro fertilization. N Engl J Med. 2009 Jan 15;360(3):2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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