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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Nov 24. 2024

125. 나의 책 추천 (2024)

나의 책 추천 이란 글을 쓰게 된지 3년 째

힘든 한 해로 기억될 2024년 나를 위로해준, 아니 나를 잊게 해준 책들에게 감사하다.

올해도 역시 나의 평점 5점 (5점 만점 기준)인 책들을 추천한다.


1.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선생님의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차에 마침 이루다 북스테이에서 발견하여 완독했다.
둘째 딸의 자해와 입원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억장이 무너짐이 느껴졌다.

긴 시간 동안 견뎌낸 김현아 선생님이 너무 대단하다.

글은 정신이 아픈 딸에 대해 신파조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담담하게 쓰여져 있었다.
정신병을 가진 역사적 인물 (고흐. 지미헨드릭스.처칠 등)에 대한 자세한 기술과 정신병을 다루는 사회의 변화
그리고 정신병을 가지게 된 자녀의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선생님은 아래의 문장을 통해서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오늘을 절망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정상 가족, 정상 신체 등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잔혹한 도박에서 지는 패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기 일쑤이다.'


내일이 어떻게 무너지더라도 오늘을 잘 보냈다면 잘 산 인생이라는 저자의 말에 숙연해지며 눈물이 난다.


2.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춘천의 섬원스테이지라는 북스테이에서 골라 읽은 책. 내가 읽은 김혜남 선생님의 두 번째 책이었다.
제목은 비록 30대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건 아마 출판사의 선택일 듯) 연령 불문하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혜남 선생님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을 두 자녀를 낳은 일이라고 하니 공감백배!
아기를 키우는 것은 꼬마와 왈츠와 추는 것 같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다.


하나의 문장을 꼽으라면  

'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흘러가고 예측 가능하다면 굳이 어떠한 의지나 희망을 갖고 노력할 필요하 없을 것이다' 를 선택하겠다.


3.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

웬디 미첼이라는 치매에 걸린 환자, 아니 치매에 걸린 분이 쓰신 책이다.


치매이건 아니건 긍정적 사고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뇌의 한 길이 막혔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저자는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치매는 저자에게 글쓰기를 앗아간 것이 아니었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책
이 책에서 소개된 폴 하비의 피아노 연주 영상을 유투브에서 찾아보았는데 감동 그 자체이다.

김해남 선생님의 말처럼 역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거였다.
그녀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작가가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4.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올해 2월 가족 여행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음과 같은 퀴즈를 냈다. (이후 많은 모임에서 이 퀴즈를 재탕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가장 럭셔리한 삶은 OOO가 있는 삶이다. 3글자예요" ('이'라는 음절로 시작한다고 했더니 애가 처음에 '이승기'라고 답해 한참 웃었다.)


결국 우리 가족의 유명한 퀴즈가 된
'가장 럭셔리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다' 란 평생 잊을 수 없는 명언이 담긴 책

이 책의 시작에는 '모는 것이 gift'였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조선일보 인터뷰 핵심 메세지가 있었다.


한예종을 만든 것이 온전히 그의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5분 연설의 힘으로
다른 장관들을 설득한 그의 능력은 우리나라 최고 지성인의 한 예의 불과한 것이었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 존재해야 함을 아니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알려준 책


5. 그냥 (Just stories)

박칼린님의 책이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고,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한 마디로 존경스러웠다.


이문열님의 소설 [리투아니아의 여인]이 박칼린을 모델로 했다는 것도 흥미로왔고
책 말미에 아는 이름, 신원호 피디가 나온 것도 신기했다.

이 책에서 한 단어를 꼽으라면 '인연'을 선택하겠다.
- 9살 때 "너 1인 5역 해" 시킨 선생님
- 중학생 때 "너 우리 집에서 살아" 라며 본인의 집에서 음악을 가르친 선생님

- "자네는 소리를 해야 쓰것네" 라고 말한 한국의 소리군 박동진 선생님


그녀의 인생은 이러한 인연들로 가득차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서담숲에서 수 많은 책 중에서 그녀의 책을 선택한 것도 인연이다.
천년의 사랑, 청학동 이야기는 너무 신기했다.


6.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과학 참사기)

3분의 1을 읽을 때까지 이게 무슨 과학서적이야, 역사서이지 하며 따분해했는데
중반 이후 흥미가 생기며 당직을 서는 와중에도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었던 책

남북의 대립으로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시대의 천재 과학자들이 이념으로 갈라지고 정치의 희생자가 된 것이 슬프다.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한 것인지 저자 민태기님이 너무 대단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했다.

일 년 뒤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7.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 작가님의 소설로 두 번째 읽은 책이었다.

이 책에 나의 설명은 굳이 필요 없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에 대한 기술이었다.

'그러니까 혼이란 건 가까이 있는 혼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만은 온 힘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어'


무섭고 어렵지만 나의 손에서 내려놓을 수는 없었던 소설
작가는 이를 마음에서 글로 내려놓았었어야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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