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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My beloved car

by 오수영

9만 키로를 뛰었다. 만14년 동안.


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주차관제실에서 전화가 왔다. 주차장에서 누군가 역주행하며 내 차를 받았으니 내려오라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데 차는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며.


주차장에서 처참하게 부서진 나의 차를 보는 순간 나의 두 손은 입을 막고 있었다.

어머나. 어떻게 이렇게.


상대편 보험사 직원이 오더니 차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폐차를 권유했다.

14년 전, 미국 연수 후 귀국하며 산 차였다.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오래된 차인 것은 맞았다.


그러나 기숙학교를 다니던 큰 애를 주말마다 픽업하기 위해 금요일 늦은 저녁, 3년 동안 용인을 왔다 갔다 했고 학교 주차장에서 애가 나오길 기다리며 운전석에서 늘 꾸벅꾸벅 졸았던 차였다.


둘째가 2년 동안 알바를 한 수학 학원이 거리가 있고 밤 늦게 끝나는 터라 매주 이 차를 끌고 데리러 갔었다.


무엇보다 14년 동안 응급 콜을 받고 졸린 눈을 비비며 병원에 갈 때 든든한 나의 발이 되었던 차였다.


한두 달의 분만장 턴이 끝난 전공의들에게 farewell 이란 걸 해주기 위해 내가 식사 장소로 데리고 가야 할 때면, 차가 작은데 괜찮겠어라고 물어봐야 할 겸손한 차였다. 그 동안 많은 전공의들을 태웠었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덩달아 나까지 힘들어 질 때 혼자 눈물을 흘리기 딱 좋은 장소가 이 차 안이었다.


차의 부서진 모습을 보고 이제는 헤어질 결심을 하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러나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보내긴 싫었다.

때가 되서 나의 의지로 차를 바꾸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유난떨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 차를 폐차하는 건 차와 함께한 나의 14년, 치열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한 나의 흔적과 추억을 잊어버리는 아니 내치는 느낌이라면

지나친 비유 또는 주책일까?


그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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