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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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 사랑학 개론 >유정 이숙한


순미는 숨이 막혀왔다. 숨을 되돌리기 위해 밖으로 뛰어나갔다. 잣나무들이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나무 친구들 눈빛이 애절했다. 이별이란 그런 거니까. 그것들은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녀가 그들 곁을 떠나면 누가 그것들을 돌봐줄 것인가, 나무들은 초록 눈물을 쏟으며 두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쩌다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뒤엉켰는지, 마음을 아는지 눈에서 진득한 찌꺼기를 하염없이 쏟아낸다. 파란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녀 안에 숨어있는 칩과 동거하게 된 연유를 알 수 없다. 그것들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사랑과 헌신을 강요했다. '사랑은 위대하다. 네가 그를 지켜주라"고했다.



쌀밥이나 콩밥을 뚝배기에 짓느냐, 전기밥솥에 짓느냐, 냄비에 짓느냐가 본질이다. 어디에 밥을 어떤 쌀로 지었는가 맛을 좌우한다. 울타리 밑에 자라는 식물은 소수의 의견은 배제한다. 그녀는 이십사 년을 바보로 살았다. 사랑은 생물이다. 흐르는 생명체여야 했지만 고인 웅덩이로 알았다. 그날 그 사건이 그녀를 깊은 웅덩이에 빠트린 것이다. 그녀는 수철이란 남자와 밤을 보냈다. 지고지순한 여자 순미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고 있었다.



수철은 지쳐 있었다. 제멋대로 구불거리는 머리칼, 슬픔과 우수에 찬 눈을 외면할 수 없는 그녀. 그는 노숙묘 수고양이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특유의 울음으로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동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수철의 시야에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한 여자가 들어왔다. 작달막한 키에 미모의 얼굴은 아니지만 표정이 얼굴에 밝은 미소가 살아있었다.


수철은 맘에 드는 직장을 찾지 못해 입사와 퇴사하기를 반복했다. 공고를 나왔지만 기계와 거리가 멀었다.

아버지가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산다"라고 하여 기계과에 입학했다. 학교에 출석 체크만 하고 담장을 넘어 한강 모레 사장에 가서 놀다 오는 등 비행 청소년이었다. 자칭 영웅 4 총사라 떠들고 다녔다. 그에게 두발 자율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긴 머리를 깎이지 않으려고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학교에 간 위인이 수철이다.



그는 성적표를 위조하여 모범생으로 둔갑해 취직은 잘 되었으나 끈기가 없어 때려치우기 일쑤였다. 자존심 때문에 남의 밑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였다. 형이 형수 몰래 그에게 용돈을 주었다. 삼십이 넘으니 형의 원조가 끊어졌으므로 주머니가 깃털처럼 가벼웠다. 수철도 시원한 홍합과 오징어가 들어간 얼큰한 짬뽕을 먹고 싶었다. 짬뽕 냄새가 코를 어지럽혔다. 그녀들은 해물이 들어간 짬뽕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구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그녀가 보온 물통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잽싸게 다가가서 그녀에게 아는 척했다.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수철을 바라본다. 긴 머리는 구불거리고 눈을 퀭하게 들어갔다. 수철이 너스레를 떨며

"안녕하세요? 며칠 전 중국집에서 우리 만난 적 있죠? 이름이 정순미 씨. 나, 입사했어요. 아는 사람이 순미 씨 밖에 없네요. 우리 언제 커피나 한잔해요?"

"네? 그래요."


순미는 차마 안된다고 할 수 없어 가볍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근무조가 달라 식사시간도 달랐다. 그녀가 밥을 먹는데 수철이 훔쳐본다. 누군가 쳐다보는 눈이 느껴진 순미가 뒤를 힐끔 돌아다 보았다.

(중략)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를 막아서는 수철이 말했다.

“왜 나랑 커피 마시기로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그 벌로 장미꽃밭에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약혼녀가 죽어서 죽으려고 한강에 여러 번 갔었다며

모성애를 흔드는 말을 하고 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순미가 그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