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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

(손바닥 수필)

by 유정 이숙한


양력으로 12월 11일 내 생일이다. 음력으로 동짓달 초하루가 생일이었는데 음력은 날짜가 왔다 갔다 하고

기억하기 힘들어 과감하게 바꿨다. 태어난 해 음력 날짜를 쓰고 양력날짜를 검색하여 보니 태어난 날이 12월 11일이다. 호적은 60년생인데 시골에 살아 면사무소가 멀다 보니 조부모님께서 출생신고를 2년 늦게 했다.

내 나이가 65세를 넘었는데 우연찮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분이 요즘 바빠서 꽃다발을 받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장미꽃 11송이와 하얀 쵸코케이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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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군님은 초를 구부려서 불을 켜는 센스를 가진 분이다. 하얀 초콜릿을 위에 얹어 깔끔하고 예쁘다.

초를 꽂고 보니 내 나이가 엄청나게 많다. 올 생일에는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


돌아가신 그분은 내 생일을 챙겨준 적이 몇 번 없다. 그다지 바쁘지 않다가 내 생일이 되면 다른 사람들과

선약이 있어 생일을 혼자 보냈었다. 그래도 복이 많아 초등학생교 5학년이 된 작은아들이 미역국을 끓여주고 식품제조업을 할 때라 직원들이 꽃바구니를 안겨주기도 했다.

분홍장미가 새색시 미소처럼 수줍고 예쁘다. 하트 모양의 나무에서 싹이 나와서 겨울 동안 꽂아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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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19일 밖에 남지 않았다. 2005년부터 써 오던 장편동화를 이제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

부지런히 퇴고를 마쳐야 한다. 과감하게 잘라낼 건 잘라내고 문학적인 양념을 얹어줘야 한다.

식당 주방에서 알바를 6개월 하고 손가락관절이 좋지 않아 버티다 결국 그만두었다. 6시간 일하기 위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두 시간 이상 누워있어야 했다. 게다가 밤이면 손가락 끝이 열이 나고 얼얼해서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니 손가락이 잘 때도 아프지 않고 가벼워 살 거 같았다.


몸에 무리가지 않는 일을 찾고 싶어서 화성시 시니어클럽에 면담을 하고 일자리 신청 접수를 마쳤다.

오전 서너 시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데 나이 먹은 사람은 청소하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청소일은 보수도 많고 하고 싶지만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는 일은 하는데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없어 여러 번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또 낭군님이 무릎 아픈데 쉬면서 글만 쓰라고 했다.


새벽에 위가 많이 아팠다. 위내시경 검진 결과 위궤양이라고 하더니 그동안 그렇게 아픈 통증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놀고 있으니 몸이 편해서인지 위가 아프다. 흰 죽을 반찬 없이 먹어야 할 거 같다.

어제 김치전이 먹고 싶어 해 먹었는데 위에 부담이 많이 된 모양이다. 일단 통증부터 가라앉혀야 한다.

눈으로 보고 머리는 음식을 그리고 입은 입맛을 당기다 보니 위는 뒷전이 되어 생각하지 않고 즐겨 먹는다.


열네 살 먹은 세탁기가 세탁을 완료했다고 노래를 부르니 널어줘야 할 거 같다.

오늘 고생하는 낭군님을 위해 김치만두를 30개만 빚으려고 하는데 배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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