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사랑의 굴레에 갇히다 > 유정 이숙한
2주 동안 내면의 나에게 툴툴대며 투정을 부렸다. 투정을 부린다고 누가 알아주나, 나 밖에 모르는 일인 걸! 내가 내면의 나에게 주는 마지막 위로 '넌 잘할 수 있어, 오뚝이처럼 일어날 걸 믿는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잘 극복할 거라 믿고 있어. 넌 다시 태어났잖아, 싱싱한 무릎으로. 이제 그만 징징 대고 마음속에 든 것들 다 털어버려, 너의 모든 아픔과 슬픔, 또한 크고 작은 고민들을 훌훌 벗어던지렴!'
25년 12월 27일 입원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병실이 정해졌다. 병실에 절간처럼 조용하다. 통합병동이라더니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면회도 제한한다. 추울 줄 알고 내의까지 챙겨 왔는데 병실은 춥지 않고 덥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거 같다. 가끔 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묻고 확인하고 간다. 고요함 속에 적막이 흐른다.
먼 나라에 여행을 온 기분이다. 보호자는 병실에 앉을자리가 없다.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까지 면회가 허용된다. 손녀와 딸이 왔다 갔다. 무릎을 수술받기 때문에 환자복 하의 옆구리가 터져 있다. 병실은 6층이라 4층으로 딸과 손녀를 보러 내려갔다. 두툼한 조끼를 환자복 위에 걸치고 갔는데 바지 사이로 바람이 드나든다.
골밀도 검사 결과 좋지 않아 치료를 받기로 했다. 칼슘제를 먹지 않았더니 그런 모양이다. 열심히 먹어야겠다. 건강검진 할 때는 골밀도가 크게 문제없었다. 요즘 다리에 힘이 없더니 골밀도가 떨어져 추위를 더 타나 보다. 입원해야 내 몸 안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 하긴 골밀도 검사한 것이 2018년도였던 거 같다. 우리 몸은 잘 챙겨주지 않으면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고 투정한다.
2018년 척추 MRI검사할 때 관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무서운 공포를 느꼈다. 눈을 뜨고는 그 안에 있을 수 없었다. 쓸데없이 기계가 고장 나서 그 안에 갇히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되어 여러 번 밖으로 나왔는데 그땐 40분 동안 검사받았다. 오늘은 20분 검사였는데 그 시간 동안 눈을 감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더니 폐쇄공포증에서 자유로웠다. 귀를 막고 있어 소음이 작게 들렸다.
이것저것 검사하느라 주사기 여러 개에 내 몸의 피를 사정없이 뽑아갔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피를 많이 뽑았다고 가슴이 아파하셨을 것이다. 20대 초 종로학원 다닐 때 적십자 차에서 헌혈했다. 320CC 혈액을 뽑아냈더니 전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갈 때 땅으로 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온 후 몽롱하다. 간호사가 다녀 간 후 적막이 흐른다. 공용 티브이도 휴식이다. 4인실 4개의 커튼 안에는 개인 시간이다. 수술을 받으면 몸은 아프겠지만 연차 휴가를 받은 거 같다. 쉬면서 지나간 시간을 꼼꼼히 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