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과 매매가격으로 살펴보기
코로나 이후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작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상승론자와 하락론자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쏠려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려고 애쓰기 이전에 이미 지나온 과거와 지금 현재를 제대로 보기는 했을까? 혹은 미래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서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것은 아닐까?
예측은 과거의 경험 및 데이터와 개인의 주관이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경험과 데이터가 없는 예측은 오직 주관만이 가득한 상상력과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에 올바른 예측을 위하여 지금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
우선 그림1을 보자. 3개의 데이터 스케일이 서로 다르기에 분석 기간(`14.1 ~ `22.9) 중 각 데이터의 변화를 같은 스케일로 비교하기 위하여 각각 대상 기간 중 최소값은 0, 최대값은 1로 값을 조정하였다.
`14년부터 `18년 중반까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모두 상승하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매매가격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더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아울러 COFIX금리는 상승 반전 후 횡보구간에 진입하였다. 이 시기 시장의 분위기는 매매보다는 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하였기에 전세가격과 함께 전세가율도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18년 중반부터 매매가격의 상승 폭이 가파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실제로 `18년 이후 분양 실적이 이전 대비 거의 절반가량 감소하였다. 그림2 참조)에 기인하였으며, 이러한 공급 요인은 급격한 매매가격 상승으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연준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COFIX금리의 횡보구간 상승돌파의 영향으로 매매가격은 한 풀 꺾이기도 했다.
[우리은행 전문가 칼럼(`18.8)]
그러나 `19년 초 경기침체 우려 심화에 따른 연준의 피봇이 기정사실화 됨에 따라 COFIX금리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금리는 기존의 횡보구간보다 더 하락하였다. 공급부족 우려와 대출금리의 하락은 매매심리를 더욱 자극하였고 또한 낮은 대출금리는 전세이자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전세가격 상승도 야기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 추세를 더욱 강화시켰다.
`19년부터 시작한 저금리 기조는 `22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작과 함께 끝났다. 시작은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서 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21년 말 COFIX금리는 코로나19 직전의 금리를 뛰어넘었다. 이 시기 주택가격과 매매가격은 정점을 찍은 뒤 하락 반전 추세에 돌입하였고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함께 매매가격은 전세가격보다 먼저 급격히 꺾이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변동은 전세가율에서 잘 드러난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집계 시기와 전세가율 집계 시기의 차이로 인하여 그림1과 그림3의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변동은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한 18년까지의 전세 선호 현상으로 전세가율은 크게 상승하였다. 그리고 공급부족 우려로 매매가격은 전세가격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 영향으로 전세가율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이후 낮아진 대출 이자율 효과로 매매가격 상승 속에서 전세가격도 함께 크게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은 일정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위의 과정을 지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은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매매와 전세를 위한 대출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뉴스를 통해서 가계대출, 부동산 대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사실 자산의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수반되는 대출은 증가하는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대출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대출이 어떻게 증가했는지 살펴보자.
위의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직관적인 비교를 위하여 0~1 스케일로 값을 조정하였다. 그림4에 따르면 `20년까지 부동산담보대출과 보증서담보대출(전세대출)은 약간의 변동을 제외하고 일정한 기울기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20년 이후 보증서담보대출(전세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보다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이는 그림1의 `20년 이후 가파른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대출의 영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임차인들은 예전보다 보증금이 높아지더라도 더 낮은 이자를 지불하였기에 기꺼이 전세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동시에 임대인들은 높아진 보증금 덕분에 적은 현금으로 집을 매수할 수 있었다. 집 값이 계속 오르고 전세이자 부담이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다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전세 이자 부담으로 임차인이 전세를 빼는 경우 전세대출은 사실상 임대인의 채무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면 임대인은 급격하게 증가한 채무(전세대출 보증금)를 갚아야하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어쩔수없이 이전 임차인 앞 채무(전세대출 보증금)를 상환하기 위하여 보증금을 낮춰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현금이 필요하게 되며, 이는 마찬가지로 증가한 임대인의 채무(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에 부담이 된다.
실제로 이 같은 가계의 채무부담에 따른 연체율이 증가했는지 확인해보자.
다행히 가계연체율은 과거와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채무부담 문제는 당장 없는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낮은 가계 연체율은 금리 하락기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이 급격한 금리상승이 가계연체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미 가계연체율은 바닥을 찍은 뒤 상승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준비하는듯하다.
* 연체율은 '연체금액 / 전체대출금액'의 공식으로 산출되기에 신규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에는 분모만 증가하고 분자는 기존대출에서 발생하는 연체이므로 채무건전성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리하면, `18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강하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이 임차(전세)를 선호하면서 전세가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매가격과 매매를 위한 부동산담보대출도 크게 증가하였다. 동시에 전세가격도 함께 증가하였으나, 전세를 위한 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보다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 같은 급격한 대출이 아직까지는 연체율의 증가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연체율은 상승 추세로의 전환을 하는듯 하다.
세 줄 요약
1.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와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전세가, 매매가 모두 파멸적인 상승
2. 전세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보다 더 파멸적으로 상승. 근데 이거 사실은 임대인이 갚아야 하는 빚.
3. 이제는 시장금리가 파멸적인 상승 중 하지만 아직 연체율은 낮은 수준.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