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준은 긴축기조를 멈출 수 없고, 그 원인은 미국정부다

금리인상은 계속된다. 금리인하는 없다.

by 하부팤

브1.PNG


최근에 발표한 미국의 `23년 1월 전년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치는 시장의 예상치 6.2%보다 높은 6.4%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연내 금리인하까지 기대하고 있었던 시장에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나, 전월 대비 상승 0.5%는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였기에 어느 정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서 금융시장은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이러한 물가지수 발표 직후 시장의 움직임과 선물시장의 참여자들의 거래를 통하여 우리는 아직까지 많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긴축기조가 곧 끝날 것이며, 나아가 금리인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edwatch_20230216.PNG?type=w1


그러나 미국 정부 때문에 연준은 올해 긴축기조를 멈출 수 없으며, 나아가 금리인하 또한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1. 제조업이 미국으로 귀환했으며, 2. 제조업의 귀환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력하기에 우리는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제조업의 귀환이 어떻게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1.제조업의 귀환


`23년 1월 미국의 고용보고서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서비스업의 고용치 상회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같은 서비스업 고용치의 상승을 통하여 서비스업 고용 추세는 코로나 이전 추세를 회복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추세를 뛰어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고용 추세를 보여주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제조업이다.


%EC%84%9C%EB%B9%84%EC%8A%A4%EC%A0%9C%EC%A1%B0%EA%B3%A0%EC%9A%A9_%EB%8B%A8%EA%B8%B0.png?type=w1


`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서비스업 고용(푸른 선)은 소폭 하락한 뒤 빠르게 이전의 고용 수준을 회복하고 코로나 직전까지 정체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에 제조업 고용(붉은 선)은 `08년 금융위기 때 큰 폭으로 하락한 뒤 `18년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전의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게다가 `19년에 상승세가 멈추고 코로나 직전에는 오히려 하락 추세의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조업은 `19년의 정체(하락에 가까운) 추세를 뛰어넘고 `23년 1월 현재 상승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EC%84%9C%EB%B9%84%EC%8A%A4%EC%A0%9C%EC%A1%B0%EA%B3%A0%EC%9A%A9_%EC%9E%A5%EA%B8%B0.png?type=w1


시계열을 넓혀서 보면 우리는 미국이 원래 제조업이 강한 나라였음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다. 최초로 본격적인 자동차 대량생산 체제를 만든 포드는 미국인이었고, 지금도 미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제조 기업들이 1900년대 초부터 설립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80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경기침체(더블딥)를 겪으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내세운 중국의 WTO 가입(`01년) 등의 영향으로 과거에 비해 초라한 수준까지 고용 규모가 감소하였다. 하지만 위에서 봤듯이 현재의 미국 제조업은 코로나 이전의 추세를 뛰어넘고 상승 추세에 진입하였다. 만약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은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1) 해외 제조업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미국은 원래 제조업 강국이었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의 이유로 미국의 수많은 제조기업이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으로 옮겼다. 그 덕분에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생산한 낮은 가격의 공산품들을 수입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기업에 대한 중국의 각종 규제,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생산기지의 셧다운 등을 겪으며 미국정부는 해외로 나갔던 제조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 정책은 지금까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제조업체]

%EB%A6%AC%EC%87%BC%EC%96%B4%EB%A7%81.PNG?type=w1

출처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00&CONTENTS_NO=1&bbsGbn=322&bbsSn=322&pNttSn=193581



[미국 경제분석국 미국내 FDI 데이터]

"`21년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약 $330billion(약 4천억원)이였으며, FDI의 가장 큰 투자 부문은 제조업(36%)이였다."


%EB%AF%B8%EA%B5%ADFDI.png?type=w1
%EB%AF%B8%EA%B5%ADFDI_%EB%B0%9C%EC%B7%8C.png?type=w1

출처 https://www.commerce.gov/news/blog/2022/07/bea-releases-new-data-foreign-direct-investment-united-states


1-2) 미국은 꾸준하게 구리를 흡수하고 있다.


구리는 실물경기 전반에 쓰이는 원자재이며, 석유와 다르게 정치적, 지리적 이벤트로 공급량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구리는 실물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닥터코퍼(Dr.Copper)'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현재 구리를 빨아들이고 있다.


%EC%A0%9C%EC%A1%B0%EC%97%85%EA%B3%A0%EC%9A%A9%EA%B3%BC%EA%B5%AC%EB%A6%AC%EC%88%9C%EC%9C%A0%EC%9E%85.png?type=w1


위의 그래프는 미국의 월별 구리 순유입량(수입-수출, 톤)과 제조업 고용을 비교한 그래프다. `00년까지 미국은 구리 순유입(수입 > 수출) 국가였으며, 제조업 고용 또한 상승 추세였다. 하지만 `00년 이후 구리의 순유입량과 제조업 고용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08년 이후부터는 구리는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하였다. `12년부터 구리의 순유출량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고 순유입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제조업 고용의 증가세 또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산업 전반에 필요한 원자재인 구리를 `12년부터 다시 빨아들이기 시작했으며, 그 규모는 갈수록 커져서 현재는 과거의 구리 순유입 국가로 귀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구리들은 미국내 제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고용의 증가를 수반하고 있다.


1-3) 제조업의 실질GDP는 이미 과거보다 월등히 높다.


%EC%8B%A4%EC%A7%88GDP_%EC%A0%9C%EC%A1%B0%EC%97%85%EA%B3%A0%EC%9A%A9.png?type=w1


제조업 고용(붉은색)은 `08년 이전의 규모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외한 제조업의 실질GDP는 급락 이후 꾸준히 상승하였다. `18년에 금융위기 직전 수치를 회복했고 최근 제조업의 실질GDP는 우상향의 모습이 나타나며, 코로나 직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 제조업 노동자 1인당 창출하는 실질GDP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현재의 제조업 고용 상승 추세로 인하여 `08년 이전의 고용 규모를 회복하는 경우 제조업에서 창출하는 실질GDP의 규모가 매우 클 것 이라는 유추를 할 수 있다.


2. 제조업의 인플레 유발


인플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임금, 그중에서도 서비스 부문 임금이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치솟은 서비스 임금의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자주 보인다.


%EC%9E%84%EA%B8%88%ED%97%A4%EB%93%9C%EB%9D%BC%EC%9D%B8.PNG?type=w1
%EC%83%9D%EC%82%B0%EC%9E%84%EA%B8%88%EA%B3%BC_%EC%84%9C%EB%B9%84%EC%8A%A4%EC%9E%84%EA%B8%88.png?type=w1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는 서비스 부문(특히 레저와 접객)의 임금($25.8, 푸른색)은 코로나 직전의 고용 수준을 뛰어넘은 제조업의 임금($40.5, 붉은색)보다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같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제조업 부문 고용자 수의 증가는 소비력이 큰 집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강한 소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서비스 부문 임금의 상승 폭이둔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풀 수 없는 것이다.


%EA%B8%B0%EB%8C%80inf_%EC%A0%9C%EC%A1%B0%EA%B3%A0%EC%9A%A9.png?type=w1


또한 과거의 데이터를 봤을 때, 제조업 고용(붉은색)과 기대인플레이션(푸른선)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이유는 앞에서 말한 제조업 부문의 높은 임금에서 유발된 현상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1월 소매판매 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우리는 이 데이터들을 통해 긴축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여전히 강한 고용과 강한 소비가 있으며, 이 원인을 제조업에서 찾을 수 있다.


%EB%85%B8%EB%9E%9C%EB%94%A9%ED%97%A4%EB%93%9C%EB%9D%BC%EC%9D%B8.PNG?type=w1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제조업이 미국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 결과로


1-1) 해외에서 제조업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1-2) 미국으로 몰려든 제조업은 산업 필수 원자재인 구리를 흡수하고 있고,


1-3) 제조업의 실질 GDP는 이미 과거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2.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지급하며, 이 특성은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제조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더라도 미국 경제 상태가 안 좋다면 우리는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경기는 위기와는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두 가지로 이를 확인해보자.


3. 여전히 강한 미국 경기


대표적으로 최근 발표한 역사적인 실업률 수치인 3.4%를 통해 미국의 경기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달 전까지는 현재의 낮은 실업률은 조기 은퇴 등으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분모 감소)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많았다.


%EB%85%B8%EB%8F%99%EC%B0%B8%EC%97%AC%EC%9D%B8%EA%B5%AC.png?type=w1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코로나 이전의 규모를 뛰어넘었으며, 매우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3.4%의 실업률은 가파른 경제활동 인구 상승 속에서 나타난 수치이기에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ED%95%98%EC%9D%B4%EC%9D%BC%EB%93%9C%EC%B6%94%EC%84%B8.png?type=w1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또한 낮은 상태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듯 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한 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는 국채 가격과 정크본드의 가격 차이이며, 경기가 안 좋을 때 정크본드의 가격이 폭락하므로 스프레드(가격차이)가 확대된다. 경기가 좋을때는 높은 이자율을 주는 정크본드의 가격이 상승하여 스프레드가 축소된다.


%EA%B5%AC%EB%A6%AC%EA%B8%88.png?type=w1


부가적으로 세계 경제의 강세, 약세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구리/금 비율 또한 연준의 금리인상 시작 이후 급락하는듯했으나, 상승추세로 반전한 뒤 현재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경기가 호황일 때는 안전자산인 금보다 구리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므로 구리/금 비율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므로 구리/금 비율이 하락한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동시에 제조업의 부흥은 언제든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에 연준은 긴축기조를 멈출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개념인 줄 알았으나, 엄청난 유동성 공급과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이미 겪어버린 사람들에게 섣부른 긴축은 기대인플레 자극을 통한 2차 인플레이션 웨이브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줄 요약


1. 미국으로 제조업이 귀환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성공적이다.


2. 제조업의 높은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3.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견고하다.


4. 긴축완화는 다시금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수 있고 이 경우 연준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2년 한국 수출은 정말로 박살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