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 새로운 시작! - 到處春風(도처춘풍)

네 딸의 봄. 그리고 시작!

by 메이쩐

봄! 항상 이맘때 뱉어 보는 이 짧은 단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봄 하면 또 시작!이라는 단어도 함께 연상된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한 학년 올라가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선생님도 만나고, 한번 더 높아진 학년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우리 집 막내, 넷째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서른여덟에 막내를 낳고 이거 언제 다 키우나... 했는데 어느덧 내년이면 중학생이다. 다른 애들 크는 건 그냥 별 느낌이 없는 것 같은데 막내가 크는 거 보면 볼 때마다 놀랍다! 그 땅꼬마 녀석이 이제는 내 눈높이와 비슷한 키가 되었고, 이제는 치장하는데 엄청 신경 쓰는 나이가 되었다. 등교하는 날이면 같이 학교까지 걸어가고 나는 바로 운동가는 날이 많은데, 오늘도 학교 가는 길에 내내 재잘대다가, 하...담임선생님이 누구일지 제일 궁금하고 걱정되네... 한다. 걱정은 무슨! 이미 정해졌을 것을 지금 걱정한다고 달라지나! 누구라도 이제는 적응하고 열심히 잘 하고 배워야지!


우리 셋째는 올해 중학교 2학년이다. 키가 우리 집 여자 중에 제일 크다. 나는 키가 크지 않지만, 키가 189cm나 되는 아빠의 유전자 혜택을 가장 충실히 받은 딸이다. 어릴 때 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는데, 지금은 170cm 가까이 된다. 하지만 하는 짓은 내 눈에는 아직도 마냥 아기 같고 철이 한참 덜 든 것 같다. 하긴 정신적으로 성숙하기는 아직 이른 나이긴 하지. 내 동생 표현대로 요즘 종종 '사춘기눈깔'을 하고 있다. 좀 억센 표현 같지만 나는 그맘때 보통 아이들의 눈빛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날 때마다 웃음이 난다.


올해는 우리 집에 고등학생도 두 명이 되었다. 첫째는 어릴 때 첫째라고 내가 참 많이 신경 써서 공부도 같이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시켜도 봤다. 중학교 가서도 공부는 그런대로 한 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단톡방에서 순진하게 이것저것 대답해 주던 우리 딸에게 못된 아이들 여럿이 바보취급하며 공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가 다행히 그 단톡방이 없어지기 전에 단톡 내용을 전체 캡처를 해 두었고, 누가 담임 선생님께 이 일을 말하게 되어 이것저것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교육청 학폭위까지 열려 여러 가지 표면적으로는 해결이 된 것 같았지만, 아이는 그때부터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많이 닫았던 것 같다. 상처받기 싫다며 누군가 친구 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때 아이가 가방 메고 학교 교문으로 걸어가던 그 뒷모습이 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데 그때마다 울컥해진다. 5월에 그 일이 일어났으니 그 학년 마칠 때까지 그 가해 학생들과 한 반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3학년이 되어 나름 다시 활력을 찾게 되는 듯했고, 웃음도 다시 많아졌다. 하지만 공부는 그전부터 손을 놓았다. 학교 공부는 안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은 읽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나름 다양하게 책을 많이 읽히고 같이 읽었고, 그래도 독서 습관은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거라도 참 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화를 해보면 늘 조리있게 말하고 어른스럽긴 하다.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말이 오갈 때, 아이는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가고 싶다고 했다. 본인 표현으로는 지금 아이들하고 거의 같이 진학하게 되는 바로 옆 00 고등학교는 절대 가고 싶지 않고, 들어보니 어디에 '반려동물복지'에 대한 걸 배우는 특성화고가 있다더라. 친구 누구도 그쪽으로 가고 싶어서 알아봤다던데 나도 알아보니까 좋아 보인다. 나 그리로 가겠다! 했다.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어릴 때부터 곤충, 동물 등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공부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진학한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하며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자격증 취득하고 살고 있다. 이까지 보면 아주 훌륭한 것 같지만... 하하.


거의 매주 주말에 집에 오는데, 학교에서 기차역까지 오는 시간, 기차 타고 동대구역까지 오는 시간, 기다렸다 또 하양역까지 오는 시간 다 하면 거의 세 시간이나 걸린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오면 주말에는 종일 드러누워서 게임도 '아주 많이' 한다. 이번 겨울 방학도 내내 폰과 패드를 가지고 거의 게임을 아주 열심히하며 살았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 불가다!


그렇게 진학한 학교에서 2년을 무사히 보냈고 이제는 고3이다. 진학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언젠가부터는 새에 대해 또 아주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 사진도 열심히 찍고 정말 여러 가지 자료도 열심히 찾아보며 살고 있다. 첫째 덕분에 나도 이제는 새 이름을 제법 알게 되었다. 또 덕분에 지지난 겨울에는 안심습지라는 곳에 가서 고니들이 겨울을 지내는 장면도 망원경으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본 적도 있다. 지금도 길 가다가 무슨 새가 저기 멀리서 날아가면 무슨 새다. 저 소리는 무슨 새소리다, 등등 조잘조잘 쉴 새 없이 얘기한다. 이번 방학 때도 내내 드러누워 노는 것 같아 보였지만, 나름 이것저것 찾아보며 공부하고 시험 치더니 반려조관리사 1급 자격증도 95점으로 합격하며 취득하긴 했다. 우리 첫째의 꿈은 멋진 집을 사서 큰 앵무새(이름은 모르겠다...)와 둘이 사는 거라고 한다.


우리 둘째는 개성이 강한 아이다. 조용한 첫째와 달리 어릴 때부터 어디서든 나서고 목소리 내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해마다 거의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지 않은 때가 없었고, 6학년때는 전교회장도 했다. 중학교 가서도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중학교 처음 들어가서는 공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마냥 친구들하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내가 언니 다니는 공부방을 보냈더니, 그렇게 공부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며 그만두고 독서실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독서실에 등록시켜 줬다. 내가 봐도 반은 놀고 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그거라도 되지 싶어서 그냥 지켜봤다.


그렇게 조금씩 혼자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나름 성적도 많이 올렸고, 가서 영화 보고 놀던 유튜브를 보고 놀던 어쨌든 내 눈에 안 보이니 나도 좀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본인도 성취감이 느껴지는지 동생들한테도 공부는 자기처럼 알아서 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고등학교 원서 쓸 때가 되었고, 우리 둘째는 당연히 바로 옆에 있는 00 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가 어쩌다 남편이 영천시에 괜찮은 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함께 알아보고 추천했다. 아이는 처음에는 막상 이곳을 떠나는 것 자체를 너무 부담스러워했으나, 내가 살면서 환경을 한번 확! 바꿔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정말 좋다며 열심히 설득했다. 내가 그런 걸 많이 겪어봐서 좋은 면이 많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설명은 아주 잘할 수 있었다. 그러더니, 그래! 내 생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리셋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했다. 성적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라 걱정을 했지만 나름 3학년 남은 시험들을 열심히 잘 쳐서 무난히 합격했고 어제 내가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집에서 멀지도 않다. 운전해서 30분이면 가니까. 그 학교는 학생들 핸드폰도 집에 갈 때만 주고, 타 지역 학생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처음에는 2주에 한번 그 뒤로는 3주에 한번 집에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하하하!!!


아빠는 어제 큰 아이를 기숙사 데려다주어서 나 혼자 둘째를 데려다주었는데, 비도 와서 그런지 기분이 괜히 울적했다. 헤어질 때 울면 어쩌나 혼자 오만 걱정 다했다. 그런데 가는 차 안에서 내내 "엄마~ 나 우리 고양이들 보고 싶으면 어떡해~~~"를 쉴 새 없이 말했다. 까미야~ 방울아~ 네즈야~ 마오야~~ 일일이 이름까지 불러가며... 그때부터 나는 별 생각이 없어졌다.


기숙사 안에 짐을 넣어줄 때도 그래도 아이가 혹시 울거나 하면 어쩌나 했는데, 짐 넣어주자마자, 깨끗한 기숙사 방 안을 보며 아주 흡족해하는 얼굴이었고, 엄마는 됐으니 빨리 조심해서 집으로 가라고 했다. 음... 뭔가 섭섭하지만 그래도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到處春風(도처춘풍). 이르는 곳마다 봄바람이라는 말로, 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는 곳마다 일이 순조롭게 되거나 좋은 일이 있음을 바라는 말로도 쓰인다. 나의 네 딸들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이 봄. 좋은 일, 따뜻한 일만 가득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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