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내가 사는 이곳 경산은 평생학습관 수강 신청이 시작된다. 경산시는 평생학습관 운영이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경산시 여성회관과 문화회관 등은 강좌당 한 학기에 3만 원 정도 되는 수강료가 있지만, 오랫동안 읍면동 평생학습관은 수강료가 무료였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한 학기 수강료가 2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강사들은 경산시청에서 시간당 강의료를 받기 때문에 수입이 안정적이다. 다른 곳에서 수강생 수에 따라 강사료가 책정되는 구조와는 달라 정말 좋다. 강사는 강의만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
수강료가 무료이던 시절에는 읍면동 학습관의 200가지가 훨씬 넘는 강좌 중에 2개만 들을 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 학기에 수강료 2만 원만 내면 수강하고 싶은 강좌를 원하는 대로 들을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몇몇 어르신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 시간을 잘 안배해서 다양한 강의를 열심히 수강하고 계신다. 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이라고 하신다. 운동 수업도 있고 한문 수업도 있고 영어 수업도 있고 그리기도 하고 너무 좋다며 항상 얼굴에는 활력이 넘친다. 평생학습관이 오래, 잘 유지되어 어르신들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한자 한문 강의를 하는 강사다. 내 강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 수강생이 대부분이었다. 젊으면 60대, 많으면 80대 어르신들도 있었다. 그러다 몇 해전부터 내 또래 혹은 그 훨씬 아래 젊은 엄마들도 소문을 듣고 등록을 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수강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항상 그런 생각이 있었다. 어르신들도 물론 배우면 좋지만 엄마들이 좀 많이 배워서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 좋은 걸 좀 많이 많이 전해주면 정말 좋겠다 했는데, 조금씩 그렇게 내가 씨를 뿌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날로 강좌에 대한 인기도 높아진 느낌이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진짜 내 강의는 평생학습관 온라인 접수 시작~ 하면 바로 끝! 났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좀 위태할 때도 있었다. 폐강되는 거 아닌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수강생이 다시 느는 것 같더니, 2023년에는 강좌가 하나 더 늘어 두 반이 되었는데도, 수강생 모집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번 모집 때는 정말 예전처럼 다시 시작~! 땡! 하고 마감이 되었다! 사실 난 그 시간에 향교에 공부하러 가 있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하나씩 들어오는 카톡을 보고 알았다.
선생님, 11시 바로 신청 들어갔는데 마감이네요... 속상합니다
선생님, 11시 2분에 들어갔는데 마감이라 목요일 반 보니 한자리 남아서 겨우 신청했습니다.
현장접수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등록했다는 분과, 일찍부터 번호표 받고 한참 대기 했지만 결국은 등록 못했다는 분들이 단톡방에 소식을 전했다. 아쉬움과 기쁨 속에서 나의 자리와 나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벅찬 감정을 느끼는 날이었다.
내 주위의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체력과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 대단히 많다. 향교에는 80, 90세가 넘으셨어도 버스 타고 다니며 지팡이 하나 짚지 않고 오셔서 정정하게 앉아 조용히 공부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고, 평생학습관에서 하는 내 수업도 거의 5,6년 이상 꾸준히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신다. 젊은 엄마들은 또 그들대로 나름 엄청 바쁘게 산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어떤 수강생은 하는 일이 서너 가지 되는 것 같다. 치매 예방교육 강의를 가기도 하고, 늘봄 교실 선생님도 한다 하고 또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원에 남편과 공부도 하러 간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지,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지, 저런 걸 나도 한번 관심 가져봐야지 하는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아마 어디서든 뭐라도 또 배우고 살고 있을 것 같다. 살면서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 아닐까!
오래 전, 어느 화장실에서 본 정말 와닿는 글인데 대충 내용은 이러했다.
"내 나이 예순이 되었을 때, 내가 이제 뭘 하겠나 싶어 그냥저냥 살다 나이가 아흔에 죽을 때가 되어 뒤돌아보니, 내가 죽을 준비만 30년 했구나!"
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 알차게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