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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Aug 23. 2021

바다라는 양수(羊水)


마흔 다섯,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

이제서야 나는 쑥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 지나던 길 가에 쑥쑥 자라던

너무 흔해서 약초인 줄도 몰랐던

쑥대는 그렇게 활엽의 손바닥을 야위어

눈 맑은 꽃전을 부쳐놓았다.

엄마 손이 더 이상 약손이 아니라는 것을 내색하고부터

엄마는 몰래 꽃피우는 연습을 했을까?

자꾸만 길가에 앉아 흔들렸다.


물짐승은 몸 밖에다 알을 낳아도 바다가 키워주었다.

산짐승은 바다를 떠나오면서 몸속에 바다를 담아 왔다.

아버지는 바다가 그리워 마른 땅 허적허적 헤매다가

엄마의 등에 이마를 묻고서야 한 그루 나무로 우뚝이 섰다.

엄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치어들은 이제 먼 고향으로 떠나고

바다였던 엄마는 늦가을 볕에 그을려

소금자루로 뒷벽에 기대어 섰다가

창에 이마를 대고 한 숨 짓다가

내 안에 들어 와 마른입 대고서 바다를 내놓으라 떼를 쓰더니

예전에 내게 주었던 바다를 끌고 나갔다.


내 나이 마흔 다섯에 아흔의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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