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의문이 들어왔다.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죄다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을까?
가시네, 계집애, 아가씨, 여편네, 여자....... 이제는 아줌마라는 호칭도 분쟁거리가 되었다.
예전에는 이 말들이 높여 부르거나 평범한 뜻을 지녔었다.
가시(女)는 버시(男)와 함께 쓰는 말로 가시버시, 남녀한쌍을 지칭할 때 썼다고 한다. 그런데 버시는 사라지고 가시만 남아 아이들 사이에서 '이 가시네, 저 가시네 '...... 하며 가시 돋친 공격용 말로 사용했다.
계집은 여자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인데, 주로 여성의 행동 범위를 속박하는 용으로 쓰였다. 사극을 보면, '계집이 목청이 높다, 계집이 나선다' 이런 말로 여성의 행동을 지적하면, 여성은 큰 죄를 지은 듯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뒤로 물러난다.
여편(女便)은 남편(男便)의 상대가 되는 말인데, 남편이 아내의 존재감을 팍팍 낮추는 말로 쓰였다. '어디 여편네가 남자 하는 일에.........' 20세기에 과연 이 말 안 듣고 산 여편이 있을꼬?
아가씨는 논쟁분쟁 다 갖춘 말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시집 안 간 젊은 여자를 높여 부르던 말이었는데, 이상한 업소가 생겨나면서 '업소'도 이상한 말이 되고 '업소녀'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생겨나서, 결국 아가씨라는 호칭은 똥폭탄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여자라는 지칭도 찝찝할 때가 있었다. 80년대 드라마에는, '어디~ 여자가 남자 하는 일에......', '어디~ 여자가 아침부터.......'라는 대사가 자주 사용되었었다. 그래서 여성이라는 단어로 대체했던 것 같다. 그나마 '신여성'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여성'이 쓰인 문장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리고 말 많고 탈 많은 '아줌마'라는 호칭. 숙모를 가리키는 아주머니라는 지칭이, 집 밖으로 나가 동네 숙모 뻘 어른을 부를 때도 쓰이다가, 숙부 뻘 되는 아저씨들이 이웃의 또래 여성을 부를 때도 썼나 보다. 아줌마로 줄여 불렀나 보다. 부잣집에서 도우미 아주머니들에게 '아줌마! 흰 옷을 세탁기에 넣으면 어떡해!' 하고 혼낼 때 썼나 보다. 그래서 '아줌마'는 '결혼한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되었나 보다.
한자에 '아들 子' 자는 있는데, '딸' 한자는 없다. 고문서에 공주는 王女로, 누구의 딸은 ~之女로 표기했다.
여성은 이름도 없이 평생을 '누구의 딸, 누구의 부인, 누구의 모친'으로 불렸으니,
앞에 '누구의' 자가 빠진 여성 지칭어는 힘을 잃고 말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