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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별 Aug 30. 2023

영어 내신, 지문을 다 외우는 게 답이다?

함께하는 영어 고민 상담소

EBS 연계교재의 영향력 덕분인지 아니면 절대평가로 인해 영어의 위상이 옛날만 못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영어 내신 시험 역시 난이도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쉬워진 느낌이다. 오늘 함께 나눌 상담의 질문 역시 이로 인한 결과에서인지, 

'시험 문제를 풀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전체적인 난이도가 평이함을 알 수 있었다.

'틀린 개수에 비해 등급이 많이 떨어져요'---고득점을 하는 상위권이 몰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수하면 데미지가 커서 결국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지문을 다 외우는 게 정답인가요?'

사실, 이 질문은 학교에서 영어 학습법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라서 놀랍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이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싶다.

일단, '답변'부터 하자면 정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답에 가까울 만큼 잘못된 방식이다.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자면


첫째로, 가성비가 맞지 않다!

보통 영어 내신 시험의 경우, 모의고사와 달리 특정한 범위가 시험 출제범위로 지정된다. 하지만 한정된 범위 내의 출제일지라도 지문당 140~160개의 어휘로 구성된 약 12~14줄의 텍스트를 다 암기하기란 쉽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의 시험 범위 예시를 들면

ex) 지문당 어휘 수 평균 150개 X 시험 범위 내의 지문 30개 = 총 4,500개의 어휘

내신 대비를 위해 2주 전에 start를 한다고 할지라도 내신 기간의 다른 과목들의 학습도 병행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4,500개의 어휘를 암기만 한다고 해도 버거운 일이다.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렇게 외운다고 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망각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혹은 대부분의 내용이 소실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 일부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많은 부분을 회상할 수 있다면 가성비를 따졌을 때, 나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뭔가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 '암기'의 목적이다. 애초에 '왜 지문을 다 통으로 외워야 될까?' 란 질문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데, 시험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그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마치 걸어 다니는 해설서가 되기 위해 모든 지문을 다 외우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결국 암기 과정에서 중도 포기 선언은 당초 목표였던 '모든 문제에 대한 완벽 대비'의 결계나 방어막이 무너지게 됨을 의미한다. 


둘째로, 서술형이 없다면 과연?

영어를 포함한 주요 교과목들의 출제유형이 언제부터인가 수능 유형과 유사한 형태로 출제되고 있으며, 이는 곧 영어 내신 시험에서의 대부분 유형이 선택형 문항으로 출제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선택형 문항은 학습자가 정답을 만들거나 생각할 필요 없이 주어진 지문을 읽고 5개의 선택지 내에서 정답을 골라 말 그대로 '선택'하면 된다. 

다시 말해, 앞에서 모든 텍스트를 외운 학생들은 그들이 열심히 외운 텍스트가 '그대로' 나오거나 혹은 '부분 변형'되어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시험에서의 유형이 대부분 선택형이라면 이 부분 역시 학생들이 가성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영어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는 학교의 내신 시험에서도 중요한 과목이지만 수능 3교시 영어영역이 별도로 존재하는 수능의 주요 교과목이다. 현재 영어 연계교재는 EBS에서 출시되는 약 2~3개의 교재이다. 내신 시험만큼 직접 연계율은 높진 않지만 그래도 수능을 볼 수험생이라면 직접 혹은 간접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푸는 이 문제가 연계될 수 있다는 기대와 불안감으로 인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연계교재이다. 

하지만 영어 내신처럼 연계 가능성을 두고 교재를 전부 다 외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 연계교재를 풀어본 수험생이라면 앞에서 말한 '통암기 학습'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임을 알 것이다.

교재 1 권당 200 쪽 정도 되는 교재를 3권, 대략 600쪽 정도 되는 분량을 다 외운다는 힘들다기보다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수능 영어 영역에서 고득점을 위해서는 지문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을 읽고 '풀이'를 해야 한다. 암기가 익숙한 친구들은 결국 영어의 기본기에 필요한 어휘/구문/독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3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지필평가를 수능 모의고사와 분리시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갇혀있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어는 고등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 혹은 사회 진출 이후에도 필요한 학습 과목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고교 졸업 이후, 대학에 가게 되면 지금처럼 영어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배울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영어를 단순히 암기해서 당장의 내신 점수를 올리려 하기보다는 기본실력을 쌓아서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동시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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