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향나무 Apr 06. 2024

#2 저 사람은 왜 사는 걸까

동대구역에 도착해 기차 문이 열리자마자

큰 이모와 작은 이모가 나를 반겼다.


”서울 춥제?“


“ 역시 대구는 따뜻하네 “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쉴 틈 없이 대화를 나눴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반겼다.

그 순간 기차에서 했던 생각들은 모두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한 생각들은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었어.



내가 무슨 그런 한심한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집에 들어설 때까지

그동안의 생각이 정리되었고 저절로 답이 찾아졌다.



‘내가 이걸 잊고 있었구나’

’이 분위기와 이 사람들을 잊고 있나 봐 ‘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던데

진짜 그 ‘타이밍’이라는 게 있나 보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먹는데

그동안 내가 모르는 사실을 하나씩 듣게 되었다.

그것도 띄엄띄엄

누구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하나씩 말을 툭툭 던지는 게 다였다.




“무슨 말이야?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뭐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왜 어디 아파서 갔는데? “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얘기 안하드나?”


“응”




그 후 아무 말도 없이 자연스럽게 다른 얘기로 넘어가길래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10분 뒤쯤 다시 캐물었다.




“엄마 응급실 갔었어. 입원해서 어제 퇴원했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엄마가 입원은 왜 하고 응급실은 왜가? “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당황스럽고 모르는 얘기뿐이었다.

엄마는 밤에 응급실에 갔고 입원을 하라는 의사에 말에 4일 정도 입원을 했고 입원을 하는 동안 온갖 검사를 다했었다.



난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으니깐 모를 수밖에 없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이야기를 하면 당장 올 수도 없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저 대구 오기 전까지 계속 걱정하면서 있을까 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난 왜 사는지 뭘 위해 사는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하면서 그러고 있었다.


그날 밤 모든 게 미친 듯이 싫었다.

스스로가 그렇게 혐오스러울 수 없었다.

정신을 어떻게 두고 다니는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잊고 있었다.

내가 전부고 나를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들은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전부가 되었는데

내가 뭐라고 그 많은 이유를 찾길 원하는 건지.




집에 가자마자 모든 해답을 얻었다.

나의 성취와 행복은 그들의 성취와 행복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1 저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