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검증이 중요하다는 분위기 형성하기
1편에서는 내가 디프만 운영진이 된 이유와 운영 목표를 세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그래서 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디프만은 PM이 없는 동아리로 개발자, 디자이너 구분없이 누구나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디프만의 운영진이 어떤 고민과 실행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했던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글에서는 디프만 15기의 커리큘럼 관련 세 가지 주요 시도 중 1,2번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1. 속도보다 검증이 중요하다는 분위기 형성 (✓)
2. 검증할 수 있는 세션 늘리기 (✓)
3. 액션으로 끝나지 않도록 회고시간 만들기
스스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서비스 제작 프로세스와 가설 검증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15기 멤버분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고, 특히 시장성 검증에 성공한 분의 경험을 듣는다면 멤버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팀스파르타 공동창업자인 황순영님께 도움을 요청드렸다. 과거 팀스파르타 신규입사자 온보딩 세션에서 들었던 ‘그로스 이야기’ 세션 중, 가설 검증을 통해 프로덕트를 개선해나가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디프만 멤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순영님께 세션 참여를 부탁드렸는데, 정말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팀스파르타의 깨알 자랑을 해보자면, 팀장님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료분들이 누군가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다. 다른 회사였다면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팀스파르타의 열린 분위기와 지지해주는 문화 덕분에 가능했다.)
초기에는 20-30분 동안 이야기를 듣는 세션으로 기획했지만, 순영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신 덕분에 점차 발전해 약 1시간정도 [MVP를 활용한 PMFit 탐색]에 대한 강연을듣고 피드백 및 Q&A시간을 가졌다.
☞ 사전 과제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각 팀이 2-3개의 아이디어를 미리 준비해오도록 사전 과제를 드렸다. 또한, 아이디어를 1-2줄로 간결하게 작성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했다.이 가이드는 ‘많은 기능’이 차별점이 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정확한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정말 알차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 공개 피드백 형식
모든 팀의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각 팀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 주어진 피드백도 참고하며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
사실, ‘시장성 검증’을 위한 외부 연사를 초대하는 것은 디프만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기대와 함께 걱정도 많았다.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번 기수의 방향성에 멤버들이 얼마나 공감해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멤버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강의 내용을 모두 필기해 기수 내내 참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들이 있을 정도로, 세션이 멤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세션이 끝난 직후, 총 4가지 질문을 통해 세션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4.8점이라는 높은 점수와 함께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 이 세션을 흔쾌히 도와주신 순영님과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멤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디프만은 단순히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15기 이전에도 검증을 위한 세션을 많이 제공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중후반부에 몰려 있어 팀마다 피드백의 양과 질에서 편차가 생겼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검증 과정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초반 세션 일정을 추가했다. 팀별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초기에 마련하여, 모든 팀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문제 정의와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디프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했다. IT 연합 동아리 YAPP과 협력하여 런칭데이 세션을 기획했다.
여기서 런칭데이란?
디프만 14기 때 처음 도입된 세션으로, 최종 발표 2주 전에 모든 팀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런칭하고, 실제 사용자와 동아리 멤버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자리다. 단순히 UT나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는 사용성 피드백을 넘어, 서비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5기에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더 많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타 동아리와 협력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약 14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세션이었기 때문에, 얍 운영진들과 협력하여 세션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2달 동안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더 유익하고 알찬 세션을 만들기 위해 구성부터 진행 방식까지 세심하게 계획했다.
☞ 부스 운영 및 피드백
디프만과 YAPP 멤버들이 각 팀별로 부스를 운영하며, 참가자들이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 모의 투자 대회
모든 부스를 둘러본 후 참가자들이 가상의 투자금을 받아 서비스들을 살펴본 뒤, 가장 좋은 서비스에 모의 투자를 해보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단순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멤버들에게 서비스의 시장성을 평가받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좋았던 점
• 다른 동아리와 협력하며 같은 시간 내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외부 시각을 통해 서비스의 방향성과 개선점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부족했던 점
• 총 13개의 서비스가 참여하다 보니, 3시간 동안 모든 서비스를 둘러보고 피드백을 남기는 것이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 시간 부족으로 피드백의 깊이가 떨어지거나 일부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던 것이 아쉬웠다.
이번 글에서는 검증을 위한 수단을 늘리는 두 가지 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인풋들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1) 회고를 강화한 이야기와, 2) 운영진으로 활동했던 기간 동안 느꼈던 전반적인 회고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디프만 운영진의 고민과 경험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