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System Canvas : 디자인 시스템 구축 체크리스트
전문 팀이 없는 조직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누구를 설득해야 할지, 무엇부터 만들어야 할지... 지금은 여러 스터디와 시행착오를 통해 이해도가 많이 쌓였지만, 사수가 없는 1인 디자이너였던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Design System Canvas라는 도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Paavan Buddhdev가 만든 이 도구는 복잡한 디자인 시스템의 핵심 요소 10가지를 딱 한 장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방법들도 많지만, 이 캔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다. 한눈에 볼 수 있는 한 장의 문서로 정리하면 생각도 더 선명해지고, 팀원들과의 소통도 훨씬 쉬워진다.
"우리가 정확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까?"
디자인 시스템은 그저 멋진 스타일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불필요한 요소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말 중요한 부분부터 개선할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디자인 자산은 뭐가 있을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사용 중인 스타일 가이드, 컴포넌트, 디자인 문서 등을 살펴보자.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
디자인 시스템 성숙도 단계는 이렇게 나눌 수 있다. 현재의 단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다음 단계를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0️⃣ (초기): 개별적으로 디자인되며, 재사용되는 요소가 없음.
1️⃣ (기초 단계): 색상과 타이포그래피 스타일 등 기초적인 요소만 존재함.
2️⃣ (중간 단계): 일부 재사용 가능한 컴포넌트가 있으며, 코드베이스 외부에서 간단한 문서화가 이루어짐.
3️⃣ (성숙 단계): 대부분의 컴포넌트가 문서화된 라이브러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디자인 시스템이 핵심적인 디자인 워크플로우로 사용됨.
4️⃣ (완전한 시스템): 전담 팀과 상세한 로드맵을 갖춘 완전한 문서화된 디자인 시스템이 있으며, 모든 워크플로우에 완전히 통합됨.
"다음 성숙도 단계가 되기 위해 만들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Assets (디자인 자산):
디자인 자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UI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Processes (운영 프로세스):
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디자인 시스템 업데이트 및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디자인 시스템을 어디에 적용할까?”
디자인 시스템이 적용될 제품이나 서비스의 범위를 정의한다. 만약 여러 제품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모든 서비스에 동일한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할지, 일부 서비스에만 적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누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까?”
디자이너, 개발자, PM 등 실제 사용자를 정의한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면 그들의 필요에 맞는 실용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초기부터 피드백을 받아 정착률도 높일 수 있다.
"누가 이끌고, 누가 퍼뜨릴까?”
디자인 시스템은 ‘만드는 것’보다 ‘지속해서 잘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을 실제로 유지·관리할 사람(Maintainers)과, 팀 전체에 확산시키고 문화로 정착시킬 사람(Champions)이 모두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Maintainers (유지보수 담당자)
디자인 시스템을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핵심 담당자이다. 전담 관리자가 없으면 시스템이 방치되거나 제각각 변경될 위험이 있다.
Champions (지지자/전파자)
디자인 시스템의 가치를 전파하고 팀원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조직에 잘 정착하려면 꼭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으므로, 적용 범위를 단계별로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단계에서는 기본 UI 요소, 2단계에서는 복잡한 컴포넌트 추가와 같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사용하게 될까?”
아무리 좋은 디자인 시스템도 팀이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내부 교육 세션, 성공 사례 공유, OKR 설정 등을 통해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정착시키는 전략을 마련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 필요한 자원은?”
디자인 시스템 구축에는 시간, 인력, 예산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리소스를 고려하여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너무 야심찬 계획보다는 지속 가능한 접근이 중요하다.
이 글이 디자인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혼자서 막막하게 고민 중이라면, 일단 Design System Canvas를 사용해보자. 또, 팀원들과 함께 각 섹션을 하나씩 채워 나가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보는 것도 추천한다. 서로의 생각을 맞춰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질지도 모르니까.
무엇보다도 완벽한 디자인 시스템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 시스템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다듬어 가는 긴 여정이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보단 핵심이 되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니 일단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