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출산하고 브런치를 들어온 건 처음이다. 요즘 너무 글이 쓰고 싶었다. 이런저런 소재는 머릿속으로 떠오르고, 육아 일기를 밤마다 적으면서 아기한테 하고 싶은 말과 일기 형식의 소재거리를 틈틈이 남겼다. 나중에 브런치에 적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그건 이런저런 일에 밀리고, 머릿속에만 있는 계획일 뿐. 하지만 오늘만큼은 미루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자야 되는 시간에 컴퓨터를 무작정 켰다. 나는 그냥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사실 글을 아주 멀리 한 건 아니었다. 육아일기도 쓰고 있고, 조금이나마 가계살림에 도움이 될까 싶어 블로그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온전히 나만의 글을 쏟아내지 못한 느낌이었던 것일까. 출산 전에 활동하던 글쓰기 모임은 출산과 함께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는데, 조금은 기뻤다.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때문에.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냥 너무 쓰고 싶어졌다.
언제 누가 무엇으로 썼을까 싶은 HAPPY DAY를 보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아기를 안고 거실 창가를 잘 내다보는 편인데, 언제 누가 저런 걸 해놓았을까? 나의 평범한 일상에 이런 인스타그램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HAPPY DAY를 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고 어떻게 저런 큰 글자를 무엇으로 남겼는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행복했다. '글자를 남기는 행위를 하는 동안 이름 모를 그 사람도 분명 행복했겠구나.'정도 짐작해 본다.
오늘은 4시 즈음부터 눈이 참 많이 왔다. 눈이 거세지면서 HAPPY DAY는 희미해지다 눈 속 깊이 묻혔고 사라졌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이 묻히고 사라진 줄 알았던 어떤 불씨가 살아났고, 덕분에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남게 된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을 새삼스럽다. 그냥 글이 너무 쓰고 싶었고, 자야 되는 시간을 훌쩍 넘은 이 밤에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육아일기까지 적고 자야 되는 부담감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내일 육아도 오늘처럼 흘러가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끝과 함께 육아하며 브런치 쓰기에도 도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