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비울수록 채워지는 또 다른 나

책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섬

by Horang unnii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 변화를 갈망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 속에서 방황하던 날들.

지루함을 달래려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붙들고 온라인 세상을 헤매던 날들이 있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 채, 네모난 화면 안에서만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진짜로 떠나야 할 곳은 밖이 아니라 내 안의 세계라는 것을.


소셜 미디어 속 화려한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점점 병들어 갔다. 나를 찾고 싶었고, 무엇인가를 놓고 싶었지만 놓을 이유가 필요했다. 그러다 책을 들고, 단순한 문장들 속에서 나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책은 나의 내면을 조용히 변화시켰고, 새로운 섬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는 여정이었다. 책과 마주하기 이전에는 화려한 바다 위를 누비는 해적 왕이었다. 빠르게 이 섬 저 섬을 돌며 보물을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대장. 스스로의 세상에서 왕이라 믿으며, 가진 지식과 경험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다른 시선을 보려 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정답이 아닌 건 모두 틀린 것이라고 여겼다. 젊음과 청춘이라는 돛을 세우고 항해를 하며, 분주히 끝없이 이어진 항해의 끝에 남은 것은 단 하나, 공허함이었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몰랐던 또 다른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더 이상 누군가와 싸워 이겨야 할 전쟁터가 아니었다. 경쟁의 물결을 넘는 치열함 대신, 잔잔한 물결 속에서 만나는 평화가 있었다. 책 속에서 낯선 섬, 나만의 NEW 아일랜드를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책 속에서 만난 새로운 나, 다른 시각, 잔잔한 평화는 마치 새로운 섬에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그 섬에서는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난다. 치열한 해적의 대장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과 마주하는 사람. 더 이상 왕관이나 보물이 필요 없는 삶. 책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얻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삶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어 간다. 이제 바쁘게 쫓기며 사는 삶을 떠나, 천천히 나아가는 삶을 선택하려 한다. 더 이상 소셜 미디어 속 타인의 삶을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책 속에서 나만의 항해를 떠난다.


독서란 단순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새롭게 하는 여정이었다. 나에게 솔직해지는 법,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법, 그리고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화려함을 좇던 해적의 대장처럼 살았지만, 이제는 책 속에서 진짜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자가 되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마흔둘에 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여정은 글쓰기로 이어졌다. 책이 내 삶의 거울이 되어 비추었다면, 글 쓰는 것은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 세상과 연결시켜 주었다. 글은 아픔과 기쁨을 정리하고, 혼란 속에서 평안을 찾는 도구가 되었다. 오늘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더 이상 타인의 삶을 좇지 않는다. 더 이상 화려함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글과 책을 통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며, 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작심삼일의 실패가 반복될지라도, 그 삼일들이 쌓이면 1년이 된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젊은 오늘을 기록하며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브런치에서 쓰는 모든 글은 나와의 약속이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삶의 전환점에서 또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내 삶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이라는 가장 젊은 날을 기록하며,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2024.17.Jul

마흔두 살에 시작된 이 여행이 브런치에서 더 멀리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