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회색지대를 내려놓다 - No Alcohol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2010년의 일기.
낡고 빛바랜 글씨 속에서 과거의 나를 마주 했다.
그 속에는 한때 나를 울리고 고민에 빠뜨렸던 질문이 기록되어 있었다.
"너는 멘토 없어?"
그 질문은 마치 가슴을 후벼 파는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그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고집과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군가를 견제하고, 이기며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 삶은 목적 없이 허공을 떠도는 것 같았다.
그 시절, 모든 것에 갈급했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안과 위로를 찾으며, 하나님께 기도해도 될지조차 몰라 망설였다. 그러나 2015년, 또 다른 일기 속에서 발견한 기도문은 어설프고 유치했지만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기다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은 나를 알고 계셨고, 내가 "아버지"라고 부를 그날을 기다리고 계셨다.
2024년 다니엘 기도회에서 권오중 배우의 간증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술과 방탕, 교만, 그리고 음란의 죄를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완전히 회개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교만했고, 방탕했고, 음란했고, 하나님을 떠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껍데기만 남은 신앙으로 교회를 다니며 여전히 죄악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의 고백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정말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회개했는가? 아니면 내 신앙을 편리한 방식으로 꾸며, 하나님을 우상처럼 만들어 놓고 화를 낸 적은 없었는가? 권오중 배우는 간증 중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을 내가 손잡고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예수님께서 나를 이끄시는 대로 따르는 것이 진정한 동행입니다."라고.
나는 얼마나 내 뜻대로 예수님을 끌고 다니려 했던가. 기도가 응답되지 않으면 하나님을 원망하며, 내 방식대로 신앙생활을 하려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의 간증을 들으며 결단했다. 나의 삶에 자리 잡았던 술의 유혹과 교만을 내려놓기로. 내 몸과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성전으로 다듬기로. 삶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모든 것을 끊어내기로. "성경에는 중간이 없습니다. 선과 악만 있습니다. O와 X 뿐입니다. 남자와 여자만 있습니다. 중성도 없습니다." 권오중 배우의 이 말은 나를 멈추게 했다. 삶의 많은 순간에서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는 변명으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흑도 백도 아닌 그런 회색 지대가 없다.“ ”선을 행하거나, 악을 행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한때 삶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사주풀이와 점, 부적을 의지하며 살아갔다. 그런 것들은 잠깐의 위안을 줄 뿐, 오히려 더 깊은 어둠으로 나를 끌어갔다. 그것이 악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회색지대에서 서성였다. 마귀가 인간을 저주하고 어둠으로 이끌어 갈 때 가장 강력하게 사용하는 무기가 술이라고 한다. 가끔 술에 취해 자신조차 용서하지 못할 실수를 저질렀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죄를 짓게 만드는 사탄의 무기임을 깨달았다.
술 한잔의 유혹을 떠올린다. 하루를 마친 저녁, 냉장고 속의 캔맥주, 친구와의 만남에서 생각나는 와인 한잔. ‘이 정도쯤은 괜찮아'라며 술잔을 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 깨달음이 나를 멈추게 한다.
오늘로 금주 53일째다. 여전히 유혹이 찾아 오지만, 결단의 순간마다 하나님께 의지한다. 선과 악 사이에 중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술뿐 아니라 내 삶 속의 모든 회색지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2025년의 지금,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말씀을 붙들며 살아간다. "너는 멘토 없어?"라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었던 2010년의 나. 그리고 어설프지만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던 2015년의 나.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하나님께서 나를 연단하시고 단단하게 만드시는 과정을 감사하며 고백한다.
"내가 성전이다."
오늘도 성전을 치운다. 우상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거하시기에 합당한 성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주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며,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걸어가기로 다짐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신명기 6장 5절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기다리셨던 하나님께 모든 것을 드린다.
주님, 제 삶의 우상을 내려놓고, 성전을 깨끗이 치웁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며, 오직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제 삶의 주권을 주님께 온전히 드립니다. 제 마음속의 갈급함을 채우시고, 저를 주님의 성전으로 삼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