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너라는 조명

스크린 안의 너, 밖의 나

by Horang unnii

어두운 방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닿는 것도 없고, 인기척도 없다. 따스한 온기도 없고, 차디찬 서스름뿐이다. 그저 깜깜한 방이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벽 한구석에서 "탁"소리가 나더니,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진 것처럼 스위치가 켜졌다.

아무도 없던 그곳에 한 사람이 벽에 기대어 서 있다. 그는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그저 묵묵히 조용히 서 있다.

머리 위에 비친 노란 전구 불빛이 그의 모습을 흐릿하게 감쌌다. 그 빛은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벽마다 그의 흔적을 남겼다.


누가 그 조명을 켰는지, 왜 그 조명이 켜졌는지 모른다. 왜 하필 이 방에 그가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출입문도 없고, 창문도 없는 이 방에 그는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서 있었다. 그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을까? 모든 게 미스터리였다. 그저 그가 그곳에 서 있고, 눈길은 그에게 고정되었다.


이 어두운 방에 조명이 꺼져야 할까? 시간이 지나면 스위치가 자연스레 내려갈까? 조명이 꺼지기를 바라는 게 맞을까? 아니면, 그에게 직접 말해야 할까?

"여기서 나가줘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멈췄다. 결국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왜 여기 있는 걸까?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걸까? 아니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하는 걸까?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웠다.

그가 떠나면, 다시 이 방이 어둠만 가득한 무채색 공간으로 돌아갈까 봐. 그것이 너무 두려웠다.


조용했던 방은 그의 존재로 인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분홍 벚꽃이 벽마다 피어나 만발하고, 꽃잎은 나비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그의 콧등 위에도, 머리 위에도 꽃잎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다가가 입김으로 꽃잎을 불어내주고 싶었다. 그의 머리칼을 손끝으로 쓸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마치 스크린 안과 밖에 있는 사람처럼 그와 나 사이에는 손 닿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싱그러운 바람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레모네이드처럼 맑고 상큼한 향기가 스며들었고, 깃털처럼 가벼운 눈송이가 가득 내리기도 했다. 따스한 여름 바닷가의 금빛 모래가 반짝이며 잔잔한 바람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말없이, 움직임 없이, 벽에 기대어 있었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질문은 마음속에서만 맴돌았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말하면, 그가 대답 대신 방을 떠나 버릴까 봐. 그 공허함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이 방은 대체 무엇일까? 그가 떠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계속 머물러 주길 바라는 걸까? 조금 전까지 차갑고 어둡기만 했던 방이 벚꽃으로 가득하고, 상큼한 향기와 따스함으로 물들었다. 그가 이 방에 남아 주길 바라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이 방은 마음의 방이었다. 그는 그 공간에 들어왔고, 그곳을 환희 밝혀주었다. 방의 주인은 나였지만, 그를 중심으로 공간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조용한 방을 밝히는 조명이 되었고, 벚꽃을 피우는 바람이 되었다. "왜 왔나요? 계속 있어 줄 수 있나요?" 묻지 못한 질문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를 향한 이 방은 처음부터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짝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그를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이 방의 주인은 나지만, 그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


혹시 당신의 마음속 방에도 누군가 조용히 들어와, 당신의 세상을 바꾸고 있진 않나요? 혹은, 어두운 방을 밝히는 누군가, 당신의 세계에도 찾아온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