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주일 아침, 말씀 속에서 깨어난 하루
2025년 10월 19일, 주일 아침 라오스에서_
몸이 무겁다.
이틀째 감기 기운이 오는지 축축하고, 머리는 멍하다. 그래도 이상하게 말씀을 읽지 않으면 하루가 열리지 않을 것처럼 새벽에 눈을 떠 말씀 묵상을 했다.
어제 못 읽은 통독 본문, 요즘 읽고 있는 이사야서 7장에서 9장까지. 한 손에는 몸에 좋다는 침향차를 들고, 침향 인센스를 피우며, 이른 아침의 빛을 등지고 성경을 폈다.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그들의 날에도 반드시 인도하여
건져내어 내 백성으로 삼으리라.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리라
그 구절을 읽는데, 마치 내 가족들의 이름이 줄줄이 불려지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 여동생 나현이, 딸 재연이, 조카 민호와 수호
'그래. 하나님이 그들을 인도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나에게로 나아오라. 한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그 한 사람이 가문이 되고, 군대가 되고,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되리라.'
오늘 읽은 이사야 7-9장 말씀 속에서 주님은 같은 음성으로 내 마음을 붙드셨다. 지금 나의 기도도, 가족의 구원도, 삶의 모든 방향도 주님께 묻고 구하라는 부름심 속에 있다. 지금은 말씀을 새기며 기다리는 시간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품는 믿음의 제자로 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순간 이상하게 울컥했다. 나는 지금 라오스에 혼자 있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내가 그들을 인도하여 건져내어 내 백성으로 삼으리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리라."
그 말씀이 내 마음 안에서 메아리쳤다. 하나님은 지금도 나와 내 가족을 향해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고 계신다. 그때, 마음에 이런 음성이 스쳤다.
"기도하지 않는데, 내가 혼자 일할 순 없잖니? 내가 일하기 위하여 너를 더 기도하게 하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났다. 하나님은 나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길로 조용히 새로운 그림과 꿈을 그리고 계심을 느꼈다. 내 뜻과 다르지만, 그분은 늘 소망을 주시는 분임을 또 알게 하신다. 나를 이곳 라오스에 재배열하시고, 혼자 동떨어지게 두시고, '가족 구원을 인도하여 내라'하시면서 왜 나를 떨어뜨려 두셨을까 생각해 본다.
어는 때는 '아, 그때 조금 더 큰 뜻으로 기도 할걸...' 너무 작게 소원을 말했다 싶은 것도 있고, 또 어떤 건
'그건 좀 거르시지...' 싶은 것도 다 기억하셔서 '너 그때 그렇게 기도 했잖아?' 웃음 섞인 농담처럼 응답하실 때도 있다. 나보다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하시고,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주님. 무슨 이런 글을 쓰냐 욕할 수도 있겠지만, 뭐 욕먹어도 괜찮다.
나는 그냥, 내가 받은 감동과 기도의 응답들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말로 하는 기도보다 글로 쓰는 기도가 편한 나는 기도문 작성을 줄곧 하는 편이다. 기도의 제목이 생길 때마다 기도문을 쓰는데, 응답된 기도와 과정들, 사소한 것들까지 기록해 두면 좋겠다는 감동이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고민도 없었다. 한국 본교회에서 전교인이 함께하는 성경통독_
매일 몇 장씩, 1년 365일 완독을 목표로 하는 그 일정. 얼마 전, 내게는 새로운 소원기도가 있었다.
"하나님, 방언 기도를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이제는 말로 하는 기도도 잘하고 싶어요.
글로 쓰는 기도 말고, 목소리 내어 대표기도를 해야 하는 순간에도 담대하게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감성 코칭을 하는 한 청년이 있는데, 그 친구랑 묵상 나눔을 하다 보면 어쩜 그렇게 말씀 암송이 툭툭 튀어나오는지,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아, 나도 저 청년처럼 말씀이 내 안에서 살아서 누군가와 나눌 때 주님의 말씀이 툭툭 흘러나오면 좋겠다.'
방법은 알고 있었다. 말씀을 가까이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생활의 바쁨을 핑계로 통독을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었던 세월을 보냈다.
매년 성경 일독을 다짐하지만 결국 창세기, 출애굽기까지만 읽고 멈추곤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부터 그냥 읽자. 소리 내어 읽자. 내 귀로 듣자."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내 영혼은 다 듣고 있으니까.
처음엔 새벽에 일어나 랭귀지 스쿨 가기 전에 읽으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정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 전까지, 어떻게든 읽자.'
못 읽는 날도 있지만 다음날이라도 꼭 읽으려 애쓴다. 그게 중요하다. 애쓴다는 것, 시름한다는 것, 말씀을 더 사모하고 가까이하려는 마음. 그 자체로 하나님은 어여삐 보시리라 믿는다.
숨죽여하는 기도, 흘리듯 불안하게 하는 기도,
제대로 말도 못 하는 기도까지 모두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하나씩 응답을 더해주심을 이곳 라오스에서 지난 8개월 동안 많이 느꼈다. 하나님은 나를 피곤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자고 초대하신 거였다.
"먼저 너는 나를 알고, 배우고 내가 너를 이끌며
내 주권과 법, 율법과 규율, 제사와 일상을 배우게 하리라. 그리고 그것을 전하라. 복음을 알리고, 이방 나라에까지 더 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게 하리라."
이제 점점 깨닫는다. 하나님은 '일단 배우라'라고 하신다.
"언어 공부도 하라."
"성경 공부도 하라."
“네가 하고 싶은 음악도, 찬양으로 하라."
처음엔 부담이었는데 이제는 방향으로 들린다.
어느 날 또, 들려온 음성.
"여행을 더 다니고 싶다고 했니? 여행을 꿈꾸니?
때가 되면 네 방법이 아닌 내 방법으로 너를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보내리라. 그러니 지금 네가 받은 감동대로 나아가렴."
솔직히 무서웠다.
"하나님, 저 라오스에서도 이미 벅찬데요."
일도 두 군데 관리하고, 처음 그렸던 일상과 실제의 일상이 달라서 기도드렸잖아요.
a. 버텨볼게요. 대신 평안함으로 채워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b. 몽땅 관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릴래요.
그런데 하나님은
c.로 대답하셨다.
그건 벌이 아니라 부르심의 확장이었다.
성경공부를 하다 보면 하나님이 한 사람을 세워
나라를 움직이시는 걸 보게 된다. 모세, 다윗, 이사야, 에스더... 그리고 지금, 나.
나는 단지 라오스에 혼자 와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분이 한 사람을 통해 가문을, 나라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려는 과정 안에 있는 거였다. 나는 그저,
조금 느리고, 많이 울고, 가끔은 너무 인간적인 그 사람일 뿐이다. 힘든 순간 가족이 생각났다. '가족 구원이 먼저야' 하며 혼자 덜렁 서 있는 나.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그 와중에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을 보며 또 깨닫는다.
우리 하나님, 진짜 대단하다. 가끔 "하나님, 이러 시기예요?" 하며 따져 묻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그냥 피식 웃으신다. '엇허~'하시는 그 미소로. 그러면 난 또 "이 휴..." 하면서 뭔가를 또 한다.
지금의 이 무거움이 흑암이라면, 빛은 이미 비추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안다. 요즘 내 하루는 기도와 피로가 함께 있다. 잠들면서도, 깨면서도, 그 모든 순간에찬양하게 하신다. 진짜 상상도 못 할 내 모습이지만,
그게 감사가 되고, 좋고, 그래서 더 하게 된다. 나의 일상 속에서 모든 구정물을 닦아내시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시는 하나님.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제게 더 큰 꿈을 주시지만, 그 꿈이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임을 알게 하신 것.
그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쓰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숨결처럼 닿기를.
2025년 10월 18일 통독 레마 묵상 (이사야 7-9장)
(사 7:11) 너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한 징조를 구하되 깊은 데서든지
높은 데서든지 구하라
(사 7:15) 그가 악을 버리며 선을 택할 줄 알 때에 미쳐 뻐터와 꿀을 먹을 것이라
(사 7:21-22) 그날에는 사람이 한 어린 암소와 두 양을 기르리니 그 내는 젖이 많으므로
뻐터를 먹을 것이라 무릇 그 땅 가운데 남아 있는 자는 뻐터와 꿀을 먹으리라
(사 8:6) 너는 증거의 말씀을 싸매며 율법을 나의 제자 중에 봉함하라
(사 9:2)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하던 자에게 빛이 비취도다
(사 9:4) 이는 그들의 무겁게 멘 멍에와 그 어깨의 채찍과 그 압제자의 막대기를 꺾으시되
미디안의 날과 같이 하셨음이니이다
(사 9:7)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 또 다윗의 위에 앉아서 그 나라를 굳게 세우고
지금 이후 영원토록 공평과 정으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히 이를
이루리라. 아멘
레마 한 줄 요약
"흑암 가운데 남은 자리도, 주의 열심히 그를 젖과 꿀의 땅으로 이끄시리라."
오늘의 기도문
주님
오늘도 무겁고 외로운 하루지만, 그 안에 주님의 손길이 있음을 압니다. 제가 기도할 때마다 주님은 이미 일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제 인생의 멍에를 꺾으시고 제 가족의 어둠 위에도 빛을 비추소서.
제가 쓰는 이 글 한 줄 한 줄이, 주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는 기록이 되게 하소서. 혼자 같지만 혼자가 아닌 오늘, 그 은혜로 다시 숨을 쉽니다.
이 하루를 허락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