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량

빛으로 산다.

by Horang unnii

2025년의 마지막 주일을 알차게 보냈다.

라오스 브이로그를 찍는 유튜버 동생이랑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톡을 주고받던 시간이었다.


답변을 조금 늦게 보내면서 이런 말을 썼다.


"내내 작업하고, 이래저래 새 플랜 짜고,

스타트하고."

"으흐흐흫."

"내가 용량이 많아."

"삶의 용량."


내가 쓴 카톡을 다시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앗, 요거다.

대화에서 사용한 단어 하나에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나는 편지 한 통을 쓰기 시작했다.




to. 스무 살의 나에게


넌 말이야,

삶의 용량이 넘쳐흐르도록 많아.

넓고,

깊고,

커.


그러니 숨지 말고,

안 그런 척 말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어른스럽지 않아도 되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써 안간힘 쓰지

않아도 돼.


다 괜찮아. 진짜로.


뭘 해도 너는 다 담을 수 있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아무도 너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아.


포기한 게 아니잖아.

더 중요한 걸 네가 선택한 것뿐이잖아.


생명을 선택했고,

젊읆을 믿었고,

무엇보다 널 믿었잖아.


그래서 젊은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했고,

험한 길도 서슴지 않고 걸었고,

뛰어들 때는 주저하지도 않았잖아.


몸을 사리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들.

그건 인생 허비가 아니야.

그러니 속상해하지 마.


네가 마흔이 넘으면 말이야,

너는 자기 성찰을 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그저 나이만 먹고 주름진 아줌마가 아니라,

자기 삶에 건강한 자신감으로 꽉 찬,

빛으로 사는 여자를

너는 분명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말고,

너 자신을 꽉 싸매고 살지도 마.


조금은 좀 쉬며 살아도 돼.

그래도 돼. 진짜야.

날 믿어봐.


너는 이미 멋지고,

앞으로도 계속 멋질 거야.


사랑이 많은 엄마가 되고,

성숙한 여자가 되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될 거야.


그러니 너를

진짜 아껴주는 방법으로 살아.


겉치레로 살지 말고,

시간을 귀하게 아끼며 살아.

'청춘'이라는 두 글자를 허비하지 말고,

진심을 다해 아껴주며 살아.


너 자신을,

너의 아름다운 스무 살을

제대로 즐기며 살아.


마흔이 넘어

후회가 남지 않게.

꽉 차게.


2%쯤 비어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멈춰도 괜찮고,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니까 스무 살 아니겠어?


스무 살에게는 '미완성'이 없어.

모든 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기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땅의 빛나는 너의 수무 살.


원망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어릴 적 너처럼

그 빛을 잃지 말고 살아.


명량하게,

환하게,

밝게.


하나만 부탁할게.

'타락천사'라는 호칭은 이제 버리자.


넌 그냥

'천사'야.


눈부시게 맑고

빛나게 살아.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게.

너무 많이 혼자 슬피 울지 말고,

애써 힘내려 하지도 말고.


무엇이 못 되어도 괜찮고,

무엇쯤 되어도 괜찮아.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이고,

하나님의 축복 안에서 태어난 존재야.


기억해.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더 사랑하며 살아.

많이 울기보단

많이 웃으며 살아.


넌 하나님의 딸이야.


from. 마흔이 넘은 내가 너에게.




이렇게 편지글을 마치고,

내 가슴은 조금 뜨거워졌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만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띠어졌다.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그 한마디를

내가 나에게 전했다.


이제야 진정으로,

내 속에서 조용히 숨죽여 울고 있던

스무 살의 내가

비로소 위로를 받았다.


"괜찮아."


그 한마디에.


내가 나에게 해주지 못했다.

누군가 해주기를 바랐지만

들을 수 없어 원망을 품었다.


세월이 야속했고,

시간이 미웠다.


잘못 산 게 아니라

잘 살아왔다는

그 조그마한 격려에

내 인생 사십 년이

한 번에 위로받았다.


이렇게 또 한 뼘의 나이테를 먹는다.


나 자신을 위로하고,

끌어안고,

다독일 줄 아는 사람으로

하나님이 나를 바꾸어 주셨다.


진짜로,

마흔이 넘은 나는

지금 빛으로 살고 있다.


마흔이라는 말이

무겁지 않고,

정말로 익어가는 나이인가 보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을 더 일찍 알지 못했어도

괜찮다.


하나님을 만났다.

만나고 있고,

매일 함께 한다.


그 욕심 많고 넘치던 삶에

미움과 원망은 버린다.


내 삶의 용량이

아무리 크고 넓어도

이제는

버릴 것은 버리고

비우라고 하신다.


새로운 것으로,

더욱 많은 기쁨으로

채우자고 하신다.


글로 비우고,

마음으로 비운다.


'빛이 되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빛나게 살겠습니다.'

'오십이 넘고, 육십이 넘어도

죽음 앞에, 하나님 앞에 서게 되는

그날까지.'


마음으로 외치며

조용한 고백으로 소리쳐본다.


나의 하나님에게.

나의 스무 살에게.

마흔이 넘은 지금의 나에게.


내 삶의 용량 가득,

이제 빛으로 채우며 산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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