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얼굴을 모른다면 어떤 비밀스러운 점 조직, 스파이 단체 혹은 커다란 대기업 사장 정도로 나를 오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겨우 서른 명 남짓 있었던 내 사우디 아라비아 사무실 이야기다. 인사 카드나, 지원할 때 제출했던 이력서, 아니면 사용하는 SNS 계정의 프로필에는 있을 만 한데, 그 직원의 사진 란에는 예쁜 노란색 꽃만 피어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그 직원의 얼굴을 모르고, 길 가다 마주치면 그녀는 나를 알아보겠지만, 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내가 직원의 얼굴을 모르는 것은 그 직원이 사우디 전통 복장을 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아바야(겉옷)를 입고 니캅(눈 아래 코와 입 등을 가리는 마스크 같은 것)까지 착용한 직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 일반적으로 사우디 젊은 여성의 복장은 니캅없이 아바야에 히잡을 쓰는 정도로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여성이라도 대부분 니캅을 착용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니캅을 하지 않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사무실에도 그 직원을 제외하고는 여직원 모두 니캅을 착용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바야 조차 화려한 무늬의 밝은 천으로 된 것을 입거나, 그것조차도 입는 둥 마는 둥 앞섶을 풀고 다니기 일쑤다.
요즘 사우디 여성에게 히잡, 아바야, 니캅의 착용은 법적인 제약 때문이 아니라, 그 집안의 가풍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안이 보수적이고 엄격한 곳일수록, 여성들의 복장은 보수적이다. 하지만 이제 사우디도 개방과 개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내기 시작하고, 가정 내에서 목소리가 커지면서 복장 역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