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에 의한 오스만 투르크 해체 과정에서 생성된 국가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가 위치한 곳은 역사적으로 아라비아로 불렸고, 아라비아 반도에 살던 Saud 가문에 의하여 설립된 국가이기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라고 불리는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현재 건국의 아버지인 압둘 아지즈(1대 국왕)의 아들 대에서 총 6명이 왕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 순서는 킹 사우드(2대), 킹 파이잘(3대), 킹 칼리드(4대), 킹 파하드(5대), 킹 압달라(6대), 킹 살만(7대)이다. 하지만 이제 사우디 아라비아도 창업자의 손자 세대로의 왕위 계승이 임박한 상황이다. 영문 이니셜로 MBS로 불리는 모하메드 빈 살만이 제1 왕세자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보이듯 MBS는 현 국왕 살만의 아들이다.
이들 국왕 중 5대 파하드 국왕과 현 살만 국왕은 수다이리 7형제에 속한다. MBS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하기 전, 정치적으로 사우디를 끌고 가던 사람들이 수다이리 형제들이다. 이들 7형제가 국왕, 국방부 장관, 내무부 장관 등 사우디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수다이리’는 7형제의 어머니 성이다. 즉 이 7형제는 모두 한 배의 자식들인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여자의 지위가 약하다고 하지만, 수다이리가 낳은 아들들이 사우디를 지배하고, 뭉쳐서 정치적인 영향을 발휘하고, 또 노골적으로 어머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느낌을 준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들은 단순히 ‘KING’으로 불리기보다 ‘The Custodian of two holy mosques’ (성스러운 두 모스크의 관리인)로 불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공식적으로도 이렇게 불리길 좋아한다. 성스러운 메카와 메디나의 두 성소는 사우디 왕가의 권위에 후광을 더해 주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럼 현재 사우디 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왕은 누구일까?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는 창업자로서, 젊은 시절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끈기와 용맹(실제로 그는 반대 가문에 의하여 철저히 폐퇴하여 현재의 쿠웨이트로 피신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건국과정에서의 탁월한 지도력 등으로 사우디 국민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3대 국왕 킹 파이잘도 매우 인기가 있는데, 사우디 아라비아의 근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파이잘 국왕은 어린 시절 압둘 아지즈의 명으로 외교 협상의 임무를 받아 영국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그 당시 그의 활약은 2019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영화의 제목이 ‘Born a King’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표 항공사인 '사우디야'를 타면 지금도 'Born a King'을 볼 수 있다. 많은 사우디 인들에게 파이잘 국왕은 어릴 때부터 매우 영특하고,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우디의 근대화를 위해 애를 쓴 인물이기에 존경받지만, 내 생각엔 불행하게도 그가 암살되었기 때문에 어떤 연민과 동정의 감정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인기 있는 국왕은 6대 국왕 ‘킹 압달라’다. 압달라 국왕 최고의 업적은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엄청난 국가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압달라 국왕 시절에 사우디의 많은 젊은이들이 국가의 지원으로 미국 등 서방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당시 유학을 떠났던 많은 청년들이 현재 MBS를 도와 사우디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의 30대 젊은이들에게 아마도 가장 인기 있는 역대 국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제1 왕세자 MBS도 사우디 내에서는 매우 인기 있다. 여성 운전 허용, 여성 인력의 사회 참여 장려, 영화관 허용, 대형 관광개발 프로젝트 등 선이 굵은 개혁과 개방 정책들이 MBS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우디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우디 남자는 MBS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