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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by YT

언제는 예쁘라고 보석 고리도 달아주더니, 이젠 옷걸이 취급당하는구나. 마치 2층 집 옥상의 옷을 널은 빨랫줄 같기도 하다. 귀가 두 쪽인 것은 사람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라고 치켜세우더니, 사실은 마크스 양쪽 끈을 걸기 위한 것이었구나. 마치 두 쪽을 만나게 라도 해주려는 양, 한껏 팽팽하게 당겨져 너에게 고통을 주고 상처를 입히고 있구나. 귀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코로나에도 여전히 눈은 보는데 쓰이고, 코는 냄새를 맡고, 입은 말하거나 먹는 용도로 쓰이는데, 귀야! 넌 예상치 못했던 쓰임을 덤으로 떠안았구나. 코와 입은 마스크 뒤에서 자신의 본분 조차 잃고 숨었는데…, 귀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잠깐이겠지 참아봐라. 곧 끝나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코로나가 세상의 Normal을 바꿔 놓을 거라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듣는 역할만 하던 너의 시대는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도 1년이 넘어가는데 왜 이놈의 마스크는 진보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마스크는 꼭 귀에 걸어야만 하는 것일까? 어떡하니, 새로운 세상이 와도, 이제는 듣기보다 걸이로써의 기능이 더 환영받을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귀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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