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에 대하여 3.
5.
읽기가 Input이라면 쓰기는 Output이다. 읽기는 채움의 과정이고 쓰기는 비움의 과정이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마음을 채운다. 다양한 책들은 독자의 마음에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기도 하고, 서로 간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변형되어 독자의 觀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채움의 과정은 머릿속에서 막연한 자신감을 만들고, 독자의 간을 붓게 만들고, 점점 속에서 넘쳐 삐질삐질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쓰기가 최초로 만들어지는 시점이 된다.
강태공이 주 문왕을 기다린 것처럼 쓰기는 어느 정도 읽기가 익었을 때 가능한 것이고, 더욱이 자신감이 생겼을 때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초기의 쓰기는 매우 어설퍼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감은 약해지고, 마치 커다란 벽에 부딪힌 것 같은 좌절감도 맛보게 된다. 이런 좌절감은 쓰는 이를 다시 읽는 이로 바꾸어 버린다. 이래서 쓰기는 읽기의 비전이 되고, 읽기는 다시 쓰기의 비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쓰기 초기의 좌절에 대한 설명이었지만, 어느 정도 쓰기의 이치를 체득한 사람에게도 읽기는 필수 과정이다. 배터리에서 충전된 전기를 계속해서, 무한정 뽑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배터리는 정기적으로 계속 충전되어야 하는데, 읽기는 가장 중요한 충전소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읽기는 쓰기의 비전이 되는 것이다. 만일 채우지 않고 계속 OUTPUT만 기대한다면 작가의 뇌는 소진될 것이고, 마침내 그의 생각은 말라비틀어지고, 기이하게 찌그러져,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6.
보통, 사람들은 ‘머릿속에는 많은데, 그걸 뽑아내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쓰기의 상대적인 어려움과 진입장벽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작법의 학습이 쓰기를 좀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머릿속엔 많은데, 왜 뽑아내기 힘든 것일까? 이것은 플롯의 문제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머릿속에서 변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굳이 도입-전개-발전-카타르시스의 단계를 거치는 소설이 아니더라도, 모든 형태의 글은 순서와 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문장 뒤에 어떤 문장을 쓸지, 이 단락 앞에는 어떤 단락을 넣을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구성이고 플롯이다.
글쓰기를 플롯에 중심을 두어 말할 때, 글쓰기는 글짓기가 된다. 쓰기가 단순한 행동을 표현한다면, 글짓기는 생각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으로 약간은 진일보한 개념이다. 완벽한 플롯을 가지고 글짓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략의 플롯만 가지고 일단 글쓰기를 하자. 일단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쓰기의 구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생각이 변비가 되는 것은 쓰기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문열이나 조정래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퇴고라고 하는 것이 있다. 계속 쓰다 보면 이치가 보일 거라고 믿는다. 자신의 머릿속 뉘앙스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