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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빛깔

by YT Aug 05. 2021

 무한히 반복되는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사막은 경외의 감정을 일으키지만, 드문드문 나무와 잡풀이 보이는 현실의 사막은 우리를 감상에 젖게 한다. 잡풀이 듬성듬성 자란 사막이 고운 모래사막보다 더욱 황량해 보인다. 왜냐면 뿌연 공기를 통해 바라보는 관목과 잡풀들의 가지와 이파리는 여지없이 흐리멍덩한, 탈색된 빛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랍의 빛깔을 만들어보자! 일단 노란색 수채화 물감을 스케치북 위에 듬뿍 칠한다. 그런 다음 햇빛에 잘 말려준다. 오래 말릴수록 좋다. 스케치북의 습기가 모두 빠져나가 쪼글쪼글 해질 정도로 말랐다면, 다시 거친 마른 붓이나 솔로 그 노란색 물감 자국을 지워보자. 이것이 바로 아랍의 빛깔이다. 흐리멍덩한 노란색, 엄청난 양의 햇빛에 탈색된 노란색.

 일단 아랍의 공기가 이런 빛깔이다. 퍼부어대는 햇살 속에 공기마저 힘을 잃어버린 듯 흐리멍덩한 누런 빛깔을 드러낸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은 오랜 기간 빛에 노출되면서 그 원래의 선명한 페인트 색을 잃어버리고 전형적인 뿌연 누런 빛깔을 드러낸다. 산, 나무, 도로, 빌딩, 집, 가게의 간판, 사람들의 복장 모두 할 것 없이 이런 흐리멍덩한 노란빛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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