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특성 없는 남자] 4 로베르트 무질

The Novel of Change

by YT

감히 허락된다면 [주역]의 영문 번역 제목(The Book of Change)을 참조하여 [특성 없는 남자]를 ‘The Novel of Change(변화의 소설)’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이는 유럽의 변방에서 뒤늦게 일어난 근대와 현대의 변화에 대한 서술이다. 시간의 흐름을 뭉텅 잘라 포착한다면 ‘과도기’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변화 속에 산다. 시대의 격변기는 시대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의 ‘격변’을 종합한 개념이다. 우리는 수많은 요소의 변화를 단순히 ‘격변기’라는 개념으로 일반화/종합하려 하지만, 이런 이해는 매우 무식하며 잔인한 무지막지한 폭력을 동반한 것임을 알지 못한다.

뒤늦게 봉건 귀족의 지배 속에서 시민 계급이 일어나고, 영혼은 과학에 잠식당하는 오스트리아의 1800년 후반과 1900년 초반의 과도기가 무질에 의하여 포착되었다. 하지만 무질이 주목하는 것은 이런 단순한 과도기의 메마른 역사적 성찰이 아니라, 그 시대를 지나오는 사람들의 애끓는 인식, 정신, 이념, 질서와 같은 것을 피력하는 것이다. 아른하임은 위대함의 인식을 가지고 정신과 과학(상업)에 대한 화합을 도모하고, 슈툼 장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소설 속 전형적인 ‘특성 있는 남자’들이다. 그러나 이속에서 정신과 과학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 관조적인 태도의 울리히, 특성 없는 남자가 존재한다. 그러면서 ‘비슷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변화, 이는 세상의 본질(?)이다. 수천 년 간 핵심/존재/본질을 찾고자 했던 우리 지성의 노력은 어쩌면 변화에 대항하려던 어린아이의 어깃장일지 모르겠다. 모든 세대는 자신의 세대가 가장 심각한 변화의 시기에 떠밀려 있다고 느낀다. 약간의 심리적 안전장치이기도 한 이 관념은 변화 자체가 세상의 본질(x),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o) 임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럼 이 변화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변화는 요소 간의 압력 차이에서 발생하고 변화의 바람은 요소들의 사이사이를 흐른다. 이는 요소들의 바깥뿐 아니라 내부에도 적용된다. – 내부에 적용된다는 말은 우리의 생각과 관념에 적용된다는 말이다 – 이는 마치 바람의 원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바람의 원인인 압력은 무엇이 만드는가? 인간이다. 행위가 일으키는 먼지는 압력을 만들고, 압력은 차이를 만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변화는 다시 인간의 내부에 불어온다. 마치 꼬리를 물고 빙빙 돌고 있는 개의 형국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특성 없는 남자]3 로베르트 무질